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滿月이 뜨면 사랑하라, 全지구 개구리들 짝짓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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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한반도 밤하늘에 휘영청 밝게 뜨는 한가위 보름달은 참으로 위대하다. 맑은 하늘에서 밝은 달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유독 한가위 보름달은 사람의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믿음을 주기에 더욱 그렇다. 그 크기만큼 포근한 마력을 내뿜고 있다.

보름달에는 많은 설화가 얽혀 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토끼가 달에서 방아를 찧는다는 이야기를 수없이 들어왔다. 아마 우리 민족이 만들어낸 최초의 SF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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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사람에게도 보름달은 마음속 깊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 보름달은 거의 공포의 상징으로 되어 있다. 예를 들어, 13일 금요일에 보름달까지 뜨게 되면 적지 않은 사람이 외출을 삼갈 정도다. 귀신이나 유령이 나타난다든지 사람이 늑대로 변하는 등 모두 보름날 밤에 괴기스러운 일이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나라마다 보름달을 보는 정서가 다르고, 보름달의 크기나 모습을 다르게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름달에 얽힌 모든 궁금증을 풀어보자.

한가위 보름달의 과학 - 달은 점점 작아지고 멀어져… 지평선 달이 크게 보이는 건 착시

매월 보름이면 어김없이 뜨는 보름달.

보름달은 1년에 12차례 뜬다. 그 중 한가위 보름달은 다른 때의 달보다 유난히 커 보인다. 실제로 한가위 보름달의 크기가 가장 크고 밝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일까? 달의 크기는 조금씩 변한다. 달이 지구 주위를 정확히 원으로 도는 것이 아니라서 지구와 달의 거리는 조금씩 달라진다. 다시 말해 달이 지구 주위로 찌그러진 원 궤도를 따라 돌기 때문에 궤도상 위치에 따라 달과 지구 사이의 거리가 달라진다. 이에 따라 하늘에 보이는 달의 크기도 변하는 것이다.
달은 지구를 한 초점에 놓고 지구 주위를 공전할 때 타원 모양으로 돌고 있다. 그 위치에 따라 태양계의 다른 행성들이 당기는 힘(만유인력)의 크기가 변하기 때문에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가 날짜에 따라 달라진다. 달까지의 평균거리는 38만4400km인데, 이런 이유로 약 2만km에서 3만km까지 거리 차가 생긴다.

달이 지구에 가까워질 때의 거리는 약 36만3100km. 달이 지구에서 가장 멀어질 때는 최대 40만5600km까지 떨어진다. 그래서 지구와 달의 거리가 가까울 때는 커 보이고 멀 때는 작아 보인다. 과학자들은 달 위치가 지구에서 가장 가까울 때 보름달은 평소보다 14% 더 크게 보이고, 30% 더 밝게 보인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천문학적으로 달이 크게 보이는 조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달과 지구가 가장 가까운 거리에 놓여야 한다. 둘째, 이때 보름달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달이 지구와 가장 가까운 지점에 오는 것과 보름이 되는 것은 독립적인 현상이다. 이는 달의 거리가 지구와 가까워지는 때와 보름달이 되는 때는 아무 연관이 없다는 얘기다. 이를테면 보름달이 될 때는 태양-지구-달의 순서로 나란하게 일직선이 되는 시기이고, 달이 지구 근지점에 오는 것은 달이 지구 둘레를 도는 공전과 관련이 있다. 그런데 이 두 사건은 직접적 연관성이 없다. 따라서 한가위 때 떠오르는 달이 1년 중 특별하게 클 이유는 없는 것이다.

즉 한가위 때 꼭 달이 지구와 가까워지는 것은 아니며, 어느 특정 시기에 보름달의 크기가 커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가위에 달이 유난히 커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착시현상 때문이다. 한가위 무렵에는 3일 정도에 매일 커다란 달이 지평선에 떠오른다. 지평선에서 떠오를 때의 달은 유난히 크고 밝게 보인다. 하지만 밤이 깊어지면서 달이 중천에 높이 걸리게 되면 지평선에서보다 작아 보인다. 몇 시간 사이에 달의 크기가 변한 것도아닐 텐데 왜 그런 현상이 생길까? 이런 현상을 ‘보름달의 착시’라고 한다.

미국의 천문학 교수인 제프 세커와 심리학자 로이드 카우프만이 미국과학아카데미회보에 발표한 실험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은 같은 크기의 달인데도 동녘의 지평선이나 수평선에서 막 떠오른 보름달이 머리 위로 높게 떠오른 중천의 달보다 크다고 생각하는 착시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우리 눈이 잘못 보고 판단하는 착시다.

인간의 시신경은 물체가 위치한 곳의 원근을 고려해 그 크기를 파악한다. 보름달이 뜰 때는 지평선의 건물이나 나무와 비교해 물체보다 훨씬 더 멀리 있다고 생각하지만 중천에 떠 있을 때는 비교 대상이 없다. 이 때문에 우리는 지평선에서 달을 볼 때는 같은 달이라도 중천에 있을 때보다 훨씬 크다고 판단하는 착각을 일으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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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충돌할 탐사 위성(왼쪽)과 로켓(오른쪽)의 상상도.먼저 로켓이 총알의 두 배 속도로 달 표면에 충돌하고, 위성이 뒤따라 충돌한다.

이런 현상은 직접 실험으로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이른 저녁 달이 막 떠 크게 보일 때 연필 지우개 크기의 물체를 잡고 팔을 뻗어 크기를 가늠한다. 이어 시간이 흘러 달이 더 높게 떠올라 상대적으로 작게 보일 때 다시 한번 똑같은 방식으로 그 크기를 살펴본다. 두 달을 비교해보면 크기가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름달의 크기는 지름이 3476km로 일정하다.

과학적으로는 한가위의 보름달이 다른 보름달과 다를 바 없지만, 가족들과 달맞이를 나가 소원을 비는 특별한 달이기에 더 크고 밝게 느껴지지 않을까.

한가위 보름달은 항상 똑같은 크기일까?
그렇다면 한가위 보름달은 정말 쟁반같이 둥글까? 그리고 보름의 보름달은 크기가 다 똑같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달의 모양이 초승달에서 보름달까지 이지러지고 차는 이유는, 달이 지구 주위를 돌면서 음력으로 한달에 한 번씩 돌(공전할) 때 지구와 달과 태양의 상대적인 위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달은 27.32일 만에 원래 자리로 돌아온다. 하지만 그동안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함께 돌고 있기 때문에 이번 달 보름에서 다음 달 보름이 될 때까지의 기간은 정확히 29.53일이다. 그래서 음력의 한 달 날짜 수를 큰 달은 30일, 작은 달은 29일로 정해 놓았다. 그래도 남는 자투리 시간들이 모여서 달력이 크게 어긋날 때가 있기 때문에 중간에 윤달을 넣어 한 달을 더 만드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달력의 날짜상으로는 보름날이어도 그날 밤에 실제로 100% 보름달(가장 크고 둥근 달)이 뜨지 않을 수도 있다. 늦을 경우 보름 이틀 후에 100% 보름달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음력의 날짜와 달의 위상 사이에 시간 차가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름의 보름달 크기는 일정하지 않고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다. 달의 나이인 월령 14.8일은 보름달을 나타낸다. 음력의 날짜보다 더 정확히 달의 모양을 표현하는 것이 ‘월령’이다. 음력 날짜를 보면 월령을 짐작할 수 있지만 날짜는 실제로 월령보다 1~2일 정도 앞서 간다. 따라서 음력과 월령을 알면 달의 뜨고 지는 시각과 밝기, 겉모양 등을 대략 짐작할 수 있다.

겉보기에 밤하늘에 떠 있는 한가위 보름달은 둥근 쟁반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보름달은 완전한 둥근 모양이 아니라 살짝 찌그러진 모습이다. 과학자들은 달이 달걀 모양에 더 가깝다고 한다. 실제로 밤하늘에 떠있는 달을 자세히 보면 한쪽 끝이 그 반대쪽보다 더 뭉툭하게 보일 것이다.

둥글지 않다 보니 질량 중심도 한가운데 있지 않다. 달 중심에서 2km 정도 벗어나 있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점은 지구도 완전한 구(球)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주에서 지구 사진을 찍으면 달처럼 한쪽이 더 부풀어 있는 형태를 띤다고 한다.

한편 미국 스미소니언 항공우주박물관의 지구행성연구센터가 최근 발표한 학술보고서에 따르면, 달 표면에서 새로 발견한 14개의 절벽 모양 단층을 정밀분석한 결과 달 면적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약 10억 년에 걸쳐 달 내부의 온도가 점차 차가워져 절벽 단층이 딱딱하게 굳으면서 달의 반지름이 약 100m쯤 오그라들었다는 것. 이 내부 수축이 결국 달의 표면까지 균열을 일으켜 달의 면적이 줄어들게 한 것이다.
달이 이렇게 줄어들다 보면 언젠가 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이에 대해 연구 책임자인 토머스 워터스 박사는 “이 같은 달의 면적 감소 속도는 너무 느려 달이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며, 달의 수축은 어떤 식으로든 지구에 영향을 미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00m 정도의 크기는 육안으로도 구분할 수 없는 수준이다.

또한 해마다 달은 점점 우리 곁에서 멀어지고 있다. 밤에 보는 달은 늘 지구 곁에 머물러 있는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레이저빔 반사파를 이용해 거리를 측정해 보니, 달은 지구의 자전 에너지를 빼앗아 이 에너지에서 추진력을 얻어 지구에서 매년 3.8㎝꼴로 멀어지고 있다.우리의 손톱이 자라는 속도와 거의 비슷하다. 달이 46억 년 전 처음 생성됐을 때만 해도 약 2만2530㎞ 의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었지만 지금은 38만4400㎞ 떨어져 있다.

달이 멀어지는 이유는 지구의 자전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이다. 지구의 자전 속도는 100년에 1.5밀리초(ms)씩 느려지고 있고, 결국 하루도 매년 100만 분의 15초만큼 길어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수십억 년 뒤, 지구의 하루 길이가 약 40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쯤이면 달은 지구에서 더 훨씬 멀어져 있을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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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운석 충돌로 생긴 무수한 크레이터(분화구)로 덮여 있다. 지구로 떨어지는 운석들은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크기가 작은 것들은 타서 없어지지만 대기가 없는 달에는 작은 운석들도달 표면에 크레이터를 만들게 된다.

보름달 속 계수나무와 토끼의 정체
한가위에는 휘영청 밝은 보름달을 바라보는 일만으로도 마음이 넉넉해진다. 옛사람들은 보름달의 얼룩무늬를 보고 ‘계수나무 아래 떡방아 찧는 토끼’를 상상했다. 물론 인도·중앙아메리카에서도 달에 토끼가 산다고 생각했다. 무엇이 이런 상상을 불러일으켰을까?

달 표면에 어떤 모양이 그려져 있는 듯 보이는 것은 단순히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의 조합에 의한 것이다. 달 표면은 매끄럽지 않고 울퉁불퉁한 구덩이(분화구)가 많다. 이것은 운석 등이 충돌해서 생긴 ‘상처’들이다. 여드름이 많은 난 사람을 놀릴 때 얼굴이 달 표면 같다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분화구의 높은 부분은 햇빛을 받아서 더 밝게 보일 것이고, 낮은 부분은 그림자가 생겨서 어둡게 보인다. 이런 것들이 전체적으로 모여서 지구 사람들에게는 어떤 큰 형상으로 보이게 되는 것이다.

먼저 달의 어두운 부분에 주목해보자. 동쪽 하늘에 떠오르는 보름달의 위쪽에는 어두운 타원형이 몇 개 이어져 나타나는데, 이 부분이 바로 토끼의 머리 위로 두 귀가 쫑긋이 선 모양이다. 그 아래쪽 넓은 부분이 절구통을 앞에 두고 절구를 찧는 토끼의 몸통이다. 그리고 토끼의 반대쪽에 밝게 빛나는 부분이 흐드러지게 가지를 뻗은 계수나무다.

이것을 멀리에서 보면 마치 계수나무 아래에서 토끼가 떡방아를 찧는 모습처럼 보인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달에 토끼가 살고 있다고 믿었다. 달 표면의 굴곡이 빚어낸 명암을 우리 민족은 이처럼 아름답게 표현했다. 영국의 세계적 록밴드 핑크 플로이드는 1973년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달의 어두운 저편)>을 노래했지만 결코 지구에서는 볼 수 없는 달의 반대쪽이 늘 어두운 것은 아니다. 지구를 따라 돌면서 거기에도 밤과 낮이 생긴다.

그렇다면 달 속에는 토끼 그림만 있을까? 보름날에는 전 세계 사람들이 모두 달 속의 토끼를 볼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보름달의 얼굴은 보는 이의 상상에 따라 다르게 보이기도 하고, 비슷하게 보이기도 한다. 달을 보는 방향과 위치에 따라 달 표면의 모습도 달라지기 때문에 그림자를 해석하는 내용도 달라진다. 인도나 중앙아메리카에 사는 사람들은 우리와 심성(心性)이 비슷한지 토끼가 있다고 생각했다. 반면 서양 사람들은 달의 밝은 부분을 마귀처럼 봐서 늑대인간이 살고 있다고 상상했다. 그래서 서양 사람들은 달이 뜨면 늑대 인간이 나타날까봐 밖에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그와 달리 유럽에서는 보석 목걸이를 한 여자나 한쪽 집게발을 쳐든 게의 모습을 상상한다. 어떻게 보름달에서 여인의 얼굴을 떠올릴까? 보름달을 보면 밝은 부분에서 사방으로 빛 줄기가 뻗어나가는 듯한 형상이 보인다. 이부분은 티코라는 크레이터가 있는 곳인데, 보름달 무렵눈에 잘 띄는 지형이다. 이 부분이 바로 여인의 목에 걸린 눈부신 목걸이다. 그리고 우리가 토끼의 얼굴과 귀로 본 바다 부분이 여인의 머리칼이다. 또 그 아래쪽 밝은 부분이 서양 여인의 웃는 얼굴이다.

보름달에서 여인의 모습은 달이 중천에 높이 떠 있을 때 가장 잘 보인다. 보름달에서 그려볼 수 있는 모습은 이 밖에도 많다. 중국 북방의 소수민족 호지엔족은 달 속의 그림자가 마치 물긷는 사람 같다고 표현했다. 시어머니에게 구박받던 며느리가 승천해 달의 며느리가 되어 달에 살면서 물을 긷고 있다는 전설에서 상상해낸 모습이다. 앙골라·페루에서는 멀리 뛰려고 잔뜩 움츠린 두꺼비를 그렸고, 포효하며 달려드는 사자, 나뭇짐을 한쪽 어깨에 이고 있는 사람등의 상상력도 등장한다.

이처럼 보름달의 얼굴에서 상상하는 형상이 나라마다 다른 것은 그 나라의 문화와 전통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인간은 둥근 보름달을 바라보며 이렇듯 상상의 나래를 펼쳐왔다.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조금은 혼란스러우면서도 달나라 이야기는 어른이나 어린이 모두에게 낭만이며 꿈이었다. 그러나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면서 동요에서처럼 계수나무도, 옥토끼도 정말 서쪽나라로 멀리 가 버렸다.

보름달은 왜 곰보일까?
천체망원경으로 달 표면을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곰보빵처럼 생긴 달의 모습에 놀랐을 것이다. 이는 달이 형성된 직후, 수억 년 동안 주로 운석의 ‘융단폭격’이 계속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달은 운석 충돌로 생긴 무수한 크레이터(분화구)로 덮여 있다. 지구로 떨어지는 운석들은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크기가 작은 것들은 타서 없어지지만 대기가 없는 달에는 작은 운석들도 달 표면에 크레이터를 만들게 된다.

만약 엄청난 강속구가 초속 12㎞로 달 표면에 던져진다면 이 공은 표면에서 튕겨져 나가지 않고 깊숙이 박혀 버릴 것이다. 이 속도가 달에 떨어지는 운석의 평균 속도다. 정지하기 전 마지막 수초 동안 물체의 운동에너지는 충격파로 전환되고, 이 충격파는 엄청난 열에너지로 바뀌어 순간적인 폭발현상을 일으킨다. 그리고 마치 땅속에 묻힌 폭탄이 터지는 것과 같이 둥근 모양의 흔적을 남긴다. 대기가 없는 달의 경우에는 풍화·침식도 없고 지각 변동도 없어서 자국이 지워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지구와 달리 표면이 곰보가 된 것이다.

달의 크레이터는 지름 200㎞를 넘는 거대한 것부터 수센티미터의 미소한 것까지 있는데 지름 1㎞ 이상인 것만도 엄청나다. 망원경으로 달을 보면 3만 개가 넘는 킬로미터급 크레이터가 그 실체를 드러내지만 우주선을 타고 내려다보면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작고 많은 운석구덩이를 볼 수 있다.

또 달 표면은 말 그대로 ‘마그마의 바다’였기에 화구가 생겼다. 절구에 떡을 치는 토끼 모양으로 검게 보이는 지역은 먼 과거에 용암이 흘렀던 평원이다. 검고 평평하게 보이는 이 지역을 우리는 ‘바다’라고 부른다. 달의 바다는 표면의 17%를 차지하는데 물이 있는 진짜 바다가 아니고 딱딱하게 굳어진 평탄한 용암지대다. 바다 부분이 어두워 보이는 것은 용암이 굳어서 된 현무암이 산화철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다는 크레이터보다 나중에 생긴 지형이어서 상대적으로 충돌에 덜 노출돼 큰 화구가 적다. 17세기 초 관측자들은 이 지역이 물로 가득 차있으리라 생각해 바다라고 잘못 이름을 지었다.

달의 고지에는 높은 산이 많다. 높은 산의 높이는4000m나 된다. 그리고 능선이 길게 이어져 산맥을 형성하기도 한다. 달의 산맥은 지구의 산맥보다 웅장하다. 특히 ‘비의 바다’ 가장자리에 있는 산맥은 바다를 형성한 크레이터 테두리 중의 일부다. 운석 충돌 후 용암이 흘러들때 이 부분은 잠기지 않고 산맥으로 남은 것이다. 특히 산지에는 운석의 충돌로 생긴 접시 같은 모양의 크레이터가 많다. 크기는 지름이 1000km나 되는 거대한 것에서부터 수백 미터 정도로 작은 것까지 다양하다. 이외에도 달의 내부 압력으로 표면이 들뜨거나 겹쳐져 산맥을 만들기도 했다.

달 표면에서 바다를 제외한 지역으로 바다보다 밝은 색조를 띠는 고지대를 ‘대륙’이라고 부른다. 이곳에는 각양각색의 크레이터가 빽빽하게 모여 있다. 대륙에 분포된 암석은 칼슘과 알루미늄이 많아 상대적으로 더 밝게 보인다. 또 대륙이 바다보다 더 밝게 보이는 이유는 평평한 바다보다 울퉁불퉁한 대륙의 표면적이 넓어 햇빛을 더 많이 반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륙의 나이는 바다보다 훨씬 많아서 대략 46억 년쯤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태양계의 나이와 비슷하다.

달 표면의 밝은 부분에는 계곡도 있다. 지구의 계곡과 비슷하지만 지구에서는 주로 유수나 빙하의 침식작용으로 계곡이 생긴 반면 달의 계곡은 운석이 충돌해 표면을 깎아내면서 생겼거나 충돌할 때 튕겨져 나온 바윗덩어리가 표면을 긁고 지나가면서 생겼다는 점이 다르다. 계곡은 작은 것부터 폭 30km에 길이가 500km나 되는 거대한 것까지 다양하다. 알프스 계곡과 레이타 계곡이 대표적인 예다.

달 표면에서는 폭이 좁은 줄무늬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들을 ‘열구’라고 부른다. 열구는 직선으로 곧게 뻗어 있기도 하고 뱀처럼 꾸불꾸불 굽이친 듯 보이기도 한다. 열구는 아직 확실한 생성원리가 알려져 있지 않다. 물이나 용암에 의해 형성됐다고도 하고, 용암이 흐르던 튜브 같은 터널이 붕괴된 것이라는 등 의견이 분분하다.

드라큘라는 왜 보름달에만 출현할까?
우리나라를 비롯해 동양 사람들에게 달은 오랫동안 시상을 샘솟게 하는 것이었다. 특히 휘영청 밝은 보름달은 희망과 기원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음력 1월 15일의 ‘정월대보름’과 음력 8월 15일의 ‘한가위’에는 달구경을 하며 소원을 빌었다. 도깨비나 귀신은 달이 없는 밤에나 활동하지 보름달이 뜬 밤에는 감히 돌아다니지 못한다고 여긴 까닭이다.

이렇게 동양의 달은 푸근하고 따뜻한 존재다.하지만 서양에서는 보름달을 공포의 대상으로 생각했다. 사람 안의 사악함을 불러일으킨다는 전설이나 속설 때문이다. 서양에서는 낮은 신이 지배하고 밤은 악마가 지배한다고 생각해 밤의 상징인 보름달이 공포의 상징이 되었다. 그리스 신화에서도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는 잔인한 신으로 등장한다. 동양과는 전혀 다른 생각이다.

그래서일까. 서양의 공포영화를 보면 공통적으로 보름달과 드라큘라가 등장한다. 드라큘라 백작이 살고 있는 고성의 밤하늘에는 늘 푸른 기가 맴도는 보름달이 걸려 있다. 이는 보름달의 기운이 흡혈귀의 힘을 세게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드라큘라는 과거 백작의 이름이고, 요즘엔 그와 비슷한 행동 양상을 보이는 귀신들을 ‘뱀파이어’라고 부른다. 드라큘라에 관한 전설을 모두 사실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겠지만 시대 변화에 따라 달리 이름을 붙여 전설의 맥을 잇는 것을 보면 유럽 어느 나라에서는 실존 인물이었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뿐만 아니다. 영화에서는 보름달이 뜨면 멀쩡해 보이는 사람이 갑자기 늑대로 변신하는 늑대인간도 보게 된다. 서양에서는 사람이 달의 영향을 받는 일은 단순한 일이 아니라 달에서 나오는 영기(靈氣)를 받아 미치는 것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달의 영향을 받아 이상행동을 하는 사람을 ‘루나틱(lunatic)’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영어권 사람들은 보름달의 영어 표현인 ‘full moon’에서‘뱀파이어’나 ‘늑대인간’ 같은 섬뜩한 이미지를 떠올린다. 달의 여신 ‘루나(Luna)’가 사람을 미치게 하는 기운을 뿜어낸다고 보기 때문이다. 달은 영어로 moon이지만 형용사는 lunar다. 이는 달을 의미하는 라틴어 어원 luna에서 파생됐다. lunatic이라는 형용사도 마찬가지다. lunatic은 ‘달의 영향을 받은’이라는 단순한 뜻에서 나아가 ‘미친, 정신 이상의’라는 뜻을 가진다. 그리고 여기서 파생된 lunacy라는 명사는 ‘간헐성 정신병, (백치를 제외한) 정신 이상, 광기’를 뜻한다. 간헐성 정신병도 달이 차고 기우는 모양에 따라 병의 강도가 변한다고 믿었던 것이다. 특히 보름달이 되면 발작이 심해진다고 생각했다.

영화 <울프맨>에서 늑대인간이 보름달만 뜨면 미치광이(lunatic)가 돼 날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 서양에서 보름달은 범죄와 자살, 재난, 사고 등과 관련지어 이야기된다. 보름달이 뜨면 사람은 더 포악해져 자살하는 사람의 수가 늘고, 큰 재앙이 발생하거나 사건사고가 더 많이 일어난다고 믿었다. 이런 믿음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캐나다 서스캐처원대학의 심리학과 이반 켈리 교수팀은 달 때문에 정신병에 걸렸다고 주장하는 환자 100명을 세밀히 분석해 보름달과 인간의 자살, 흡혈 욕망, 몽유병 등은 의미있는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켈리 교수에 따르면 보름달이 뜨면 조수간만의 차가 커지고 기온이 약간 올라가 대기압이 떨어지지만, 이 같은 현상은 보름달의 거짓 효과가 계속 증폭된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터무니없는 속설도 사람들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으면 진실처럼 느껴져 깨기가 힘든 모양이다.

지구상 양서류, 보름달 뜨면 일제히 짝짓기 즐겨
보름달은 지구 동물들의 짝짓기 패턴, 특히 해양 생물과 양서류의 짝짓기에 영향을 미친다. 달이 바다의 조석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밀물과 썰물은 달과 태양의 인력과 원심력, 즉 달과 지구가 돌 때 달이 지구로부터 달아나려고 하는 힘에 의해 발생한다.

달 쪽을 향한 바닷물이 달을 끌어당기는 힘에 의해 부풀어 오를 때, 반대편 지구의 바닷물은 원심력에 의해 부풀어 오른다. 이게 밀물이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바다가 밀물이 될 때 지구 반대편 우루과이의 바다 역시 밀물이 된다. 달이 바닷물을 잡아당기는 힘(기조력)은 동물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섬게, 흰발농게, 산호충, 굴 같은 해양 생물의 생식 주기는 달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호주대보초(Great Barrier Reef) 지역에서는 보름달이 떴을때, 무수한 산호충이 만조에 맞춰 정자와 알을 뭉게구름처럼 방출하는 장관이 연출된다. 또 굴은 껍질을 열어 짝짓기를 한다. 이런 현상은 보름 때 굴을 도심의 실험실에 갖다 놓아도 마찬가지다.

육지의 생물들도 만월의 밤에는 활동성이 강해진다. 특히 양서류는 보름달이 뜨는 날이 짝짓기 하는 날이나 다름없다. 지난해 8월, 지구상의 모든 양서류가 보름달 아래서 일제히 짝짓기 활동을 한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져 화제가 되었다. 사실 개구리나 두꺼비 등과 같은 양서류들이 보름달이 떴을 때 짝짓기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이야기지만, 이 같은 사실이 전 세계적 현상이라고 파악된 것은 처음이었다.

영국 오픈유니버시티의 생물학자 레이첼 그랜트는 2005년 이탈리아 중부의 한 호수 부근에서 도롱뇽을 연구하던 중, 보름달이 뜬 밤의 도로 위로 두꺼비들이 쏟아져 나온 것을 목격했다.
이어 한 달 뒤, 달이 차오르면서 더 많은 두꺼비들이 모여들기 시작해 완전한 보름달이 떴을 땐 그 수가 정점에 달했다가 달이 기울자 점점 줄어드는 것을 우연히 발견했다. 이후 2년간 같은 장소에서 이런 사실을 추가로 관찰해 확인했다.

그는 10년에 걸쳐 옥스퍼드 부근 연못가 개구리와 두꺼비의 짝짓기 습관을 분석한 연구와 웨일스 지방에서 수집된 두꺼비와 영원(newt·도롱뇽과 비슷한 양서류)의 짝짓기에 관한 연구들을 이탈리아에서 진행한 연구들과 비교한 결과, 보름달 빛이 양서류의 짝짓기에 똑같이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예를 들어 유럽두꺼비들은 보름달이 뜨는 밤 모두 번식 장소에 모여 짝짓기를하고 알을 낳으며, 북방산개구리들 역시 보름달이 뜨는 시간에 맞춰 번식 활동을 한다.그랜트 교수는 인도네시아 자바에서 수집된 자바두꺼비들에 관한 역사적 자료를 통해 이들 역시 보름밤을 전후해 배란한다는 사실을 확인, 이런 현상이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는 달의 주기에 맞춰 충분한 수의 암수가 한곳에 모여 번식의 성공 가능성을 극대화하고, 다른 포식자에게 잡아먹힐 위험을 최대한 줄이고 있다는 의미라고 그랜트 교수는 설명했다.

기조력은 동물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사람의 몸도 70∼80% 이상이 물로 돼 있기 때문에 달의 인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한다. 특히 여성의 경우 수태 능력이 보름달의 영향을 받는다고 여긴다. 보름달 아래에서는 여성의 수정 능력이 커져 출생률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서양에서는 아이를 갖기 위해 으슥한 들판에서 보름달빛을 받으며 남녀가 방사하는 일도 있었다. 지금도 서양인들 사이에는 보름달에 신생아들이 많이 태어난다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어 보름달이 떴을 때 부부 관계를 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물론 정확히 과학적으로 검증된 사실은 아니다.

달은 이렇듯 동·서양을 막론하고 생산, 생명 창조 등의 상징으로 여성과 자연스럽게 연결돼왔다. 좀 우스운 상상을 한다면 만일 보름달이 뜨지 않는다면 양서류가 멸종할지도 모를 일이다.

미래 자원 보고인 달을 선점하는 나라가 선진국
인류는 1969년 아폴로 우주선의 탐사를 시작으로 40년 가까이 달 탐사를 해왔다. 그동안의 조사를 통해 달에는 인간이 수백 년 이상 쓸 수 있는 핵 원료와 지하자원이 많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이제는 ‘인간이 살기 위한 곳’ 으로서의 달 탐사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달을 먼저 선점하는 나라가 달의 우선권을 가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표면적으로 드러나 있지 않지만, 아마 우주 선진국들의 발 빠른 움직임은 벌써 ‘지구 조망권이 뛰어난’ ‘고요의 바다’ 같은 지역에 손을 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일까. 한가위 보름달을 보면 왠지 자원을 채굴하며 달 기지를 건설하는 삭막한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옛 사람들은 달을 두려움과 동경의 눈으로 바라보았지만, 과학은 그 단단한 껍질을 한 겹 벗겨냈다. 그러나 분화구로 뒤덮인 달, 인간이 정복해 버린 달이라고 실망할필요가 없다. 과학적으로는 한가위의 보름달이 다른 보름달과 다를 바 없다지만, 우리 마음속의 계수나무는 영원히 베어지지 않을 테니까.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bluesky-pub@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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