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떡공장에 둥실 뜬 ‘자활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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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추석 명절을 코앞에 둔 작업장은 송편을 빚는 손길들이 분주했다. 4개의 테이블마다 4~5명씩 둘러 모여 찹쌀가루 반죽을 손바닥 위에서 둥굴둥굴 굴리기도 하고, 곱게 반달모양을 만들기도 했다. 한쪽에는 형형색색으로 물들인 오색송편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18일 오전 전북 완주군 봉동읍 ‘떡메마을’ 얘기다.

박순임(30·여)씨는 어눌한 말투로 “추석 떡 주문이 너무 많아 새벽에 나와 밤늦게 퇴근한다. 일을 많이 해야 돈도 많이 벌 수 있는 것 아니냐”며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추석을 앞두고 떡 주문이 평소보다 4~5배 몰리자 직원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떡메마을은 장애인들의 꿈이 익어가는 떡 공장이다. 완주군이 일반 기업에 취업하기 힘든 지적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자립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에서 지난 2월 설립했다. 440㎡ 공간에서 장애인 25명이 특별히 채용된 떡 기술자 5명과 함께 가래떡·백설기 등 10여 종을 만든다.

떡메마을의 한 달 매출은 1200만~13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떡 기술자들은 100여만원, 장애인들은 숙련도에 따라 30만~60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그러나 날마다 일할 수 있는 직장과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어 행복하다는 게 직원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특히 최근 4개월 새 매출액이 매월 10~20%씩 증가하고 있어 희망도 커지고 있다. 추석이 가까워지면서 평소 하루 80㎏짜리 쌀 2가마씩 떡을 만들던 것을 요즘은 10가마씩 만들고 있다.

대부분 20~30대 장애인인 직원들은 이곳에서 일하기 전까지만 해도 주변에서 손가락질을 받던 ‘천덕꾸러기’였다. 집에서 빈둥거리고 놀면서도 술·담배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곳에 들어와서도 처음에는 떡을 떼어 먹으면서 주변 동료들과 장난치다 시간을 보내곤 했다. 집중력이 떨어져 한자리에 오래 머물러 있지도 못했다.

군청에서 파견된 박원덕 떡메마을 사무국장은 “직장은 출퇴근을 지켜야 하고, 정해진 시간만큼 일해야 월급 받는다는 사실을 아침저녁으로 반복해 가르치고 또 가르쳤다”고 말했다.

5~6개월이 지나면서 장애인들은 어엿한 직장인으로 변신했다. 특히 지각이나 조퇴가 거의 없을 정도로 다들 출퇴근 시간을 정확하게 지킨다. 주문이 밀린 요즘에는 오전 6시부터 나와 오후 10~11시까지 일한다. 매일 샤워와 머리감기는 물론 옷 갈아입기도 꼬박꼬박 지킬 정도로 위생관념이 철저해졌다.

직원 정성은(20·여)씨는 “매일 먹고 자고 집에서 뒹굴기만 하다 직장이 생겨나 아침 출근길이 신나고, 야간 작업을 해도 힘든 줄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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