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무역 거래, 내달부터 원화로 결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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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이르면 다음 달 1일부터 원화가 이란과의 무역거래에 쓰인다. 이를 위해 이란중앙은행은 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원화 계좌를 열기로 했다. 대(對)이란 제재로 달러나 유로 결제가 어려워지자 비상 결제 통로를 확보한 것이다.

1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업은행과 우리은행은 이란중앙은행 명의의 원화 계좌를 개설하기로 14일 방한한 이란중앙은행 대표단과 합의하고, 이날 ‘원화 결제 계좌 개설 합의서’를 체결했다.


한·이란 간 원화계좌 개설은 정부가 이란 제재의 일환으로 이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의 금융거래를 사실상 끊는 것과 관련, 보완대책으로 추진됐다. 김익주 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기업은행과 우리은행은 이달 말까지 계좌 운영에 필요한 전산 준비 절차를 마무리해 이르면 다음 달 1일부터 우리 기업들이 대이란 무역거래에서 원화로 결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란중앙은행 측의 선호에 따라 국책은행인 기업은행과 정부가 최대주주인 우리은행을 대상은행으로 선정했다.

◆환(換)위험 없는 결제 구조=이번에 합의된 원화결제 방안에 따르면 이란은 원유 등 한국에 대한 수출대금을 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개설된 이란중앙은행 계좌로 받는다. 또 한국 물품의 수입대금은 이 계좌에서 인출해 원화로 지급한다. 이에 따라 한국 업체의 대금결제는 대외 지급·영수가 일어나지 않고, 한국에서 종결된다. 반면 이란 업체에 대해 이란중앙은행은 자국 통화(이란 리얄)로 거래하게 된다. 예를 들어 한국 기업이 이란 기업에 가전제품을 4억원어치 수출한다면 이란기업은 이란중앙은행에 4억원 상당의 이란 리얄을 지급하고, 이란중앙은행은 한국 내 이란중앙은행 원화계좌에 지급을 지시한다. 한국 기업은 이란중앙은행 원화계좌에서 4억원을 받는다.

김익주 국장은 “이번 계약 체결로 한·이란 간 정상적인 거래와 관련한 대금결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한국기업을 보호할 수 있게 됐다”며 “원화로 대금을 결제하기 때문에 한국 수출입 기업이 환위험 부담을 지지 않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금융제재 대상자와의 거래에 대해서는 원화결제를 불허하고 비정상적인 거래에 대해서는 엄격히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로 했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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