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 조국 독립의 강렬한 꿈 담았나, 저 싱싱한 이육사의 난초 실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이육사 ‘묵란도’, 24.2X33.8㎝, 종이에 먹, 개인소장.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제공]

윤동주와 함께 일제 강점기 시로 저항했던 민족시인 이육사(1904~44). 본명 이원록 대신 쓴 육사(陸史)라는 이름도 수감번호 64에서 비롯했을 만큼 17차례나 투옥됐던 혁명가 시인이다. 육사란 필명은 대륙을 무대로 혁명 사업을 완수해 새 역사를 쓰겠다는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 오다”로 시작하는 시 ‘절정(絶頂)’에서 그는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라 노래한다. 그 강철 무지개를 보는 듯한 이육사의 난초 1점이 실물을 드러냈다.

한·일 강제병합 100주년 기념특별전으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이 기획한 ‘붓 길, 역사의 길’이 연장전(9월 16일~10월 24일 예술의전당 V갤러리)에 들어가며 이육사의 ‘의의란(依依蘭)’ 원작이 처음 공개됐다. 지금까지 사진으로만 그 존재가 확인되던 이육사의 난 그림 2점 가운데 한 점이 우리 곁에 찾아온 것이다.

‘의의란’은 그의 나이 40세였던 1944년 1월 6일 감옥에서 순국하기 직전 남긴 작품이다. 육필시고집인 『이육사 시고(詩稿)』의 제호 글씨와 함께 그가 직접 ‘依依可佩(의의가패)’라 쓰고 난을 친 표지화다. 이 그림 제목이 가리키듯, 육사는 목숨이 경각에 달린 식민치하에서도 끝내 독립을 이루겠다는 열망을 무성하게 싱싱한 푸른 풀로 상징한다. 육사가 친 난 꽃은 일제에게 달려들어 눈알을 빼먹을 것같이 용맹스런 매의 눈을 하고 있다. 02-580-1300.

정재숙 선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