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박지원 거짓말까지” 폭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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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청와대가 민주당 박지원 비상대책위 대표에게 단단히 화가 났다. 대변인은 공개 사과까지 요구했다. 박 대표가 14일 “국회 인사청문회 중 도덕성 검증 부분을 비공개로 해 달라는 (청와대의) 요청을 받았다”고 말하자 누적된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15일 “제1야당의 원내대표를 맡고 계시는 분의 거짓말이 지나치다”며 “공당의 대표라는 분이 무책임하게 발언하는 것은 상식 밖의 일로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책임한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앞으로 책임 있게 행동하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청와대가 ‘거짓말이 지나치다’ ‘무책임하다’는 등의 표현을 구사하며 박 원내대표의 사과까지 요구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박 원내대표의 언행에 상당한 불쾌감을 표시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일부 참모와 회의를 하면서 “청와대가 하지 않은 일을 (야당이) 사실인 것처럼 말하고, 그 말이 사실처럼 보도되도록 놔두면 안 된다”는 취지의 얘기를 했다고 한다. 청와대의 고위 관계자는 “박 원내대표가 최근 보인 일련의 언행에 대해 ‘도를 넘고 있다’는 시각이 청와대에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오늘 대변인이 경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2~4일) 때 박 원내대표는 “러시아의 천안함 사건 조사 결과가 한국 정부와 차이가 난다”며 러시아 쪽을 무마하기 위한 급조된 방문이라는 취지로 폄하했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청와대는 또 정부가 발표한 대북 쌀 지원 규모에 대해 박 원내대표가 “현인택 통일부 장관 식구들 먹으라고 갖다줘 버려라”라고 말한 데 대해서도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주재한 15일의 청와대 회의에선 “박 원내대표가 말도 안 되는 공격을 하는데 여당은 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지 참으로 답답하다”는 등의 얘기가 오갔다고 한다. 이런 기류가 한나라당에 전해지자 원희룡 사무총장이 나섰다. 그는 “박 원내대표가 과거 대기업에서 돈을 받고 휠체어를 타고 다니던 때가 언제인데…”라며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민주당은 물론 발끈했다. 전현희 대변인은 박 원내대표의 청문회 발언에 대해 "(야당에 부탁한 주체로) 청와대를 거명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실체가 없으면 거짓말을 했겠는가. 내가 말한 것이 틀린 적이 있느냐 ”고 반박했다.

남궁욱·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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