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분간 9668m 뛰고도 평점 4 … 박지성 실속 없는 질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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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분간 무려 9668m를 뛰었지만 소득이 없었고 평가는 최악이었다.

상대 밀집 수비를 뚫는 게 임무였지만 생산적이지 못했다. 종종 실수도 눈에 띄었다.

맨유 박지성(왼쪽)이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리그 1차전에서 글래스고 레인저스의 수비수 샤샤 파파치를 제치려 하고 있다. 박지성은 76분간 뛰었지만 영국 언론은 그에게 최악의 평점인 4점을 매겼다. [맨체스터 로이터=연합뉴스]

15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글래스고 레인저스(스코틀랜드)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리그 1차전.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왼쪽 미드필더로 나서 후반 31분 마이클 오언과 교체 아웃될 때까지 76분을 뛰었다. 하지만 별다른 활약을 펼쳐 보이지 못했다. 맨유는 홈에서 아쉽게 0-0으로 비겼다.

박지성은 무려 6명이 수비에 가담한 레인저스의 두꺼운 수비벽에 고전했다. 영국의 스포츠 전문 채널 스카이스포츠는 박지성에게 팀 내 최저인 평점 4점을 줬다. 4점은 ‘실수가 많고 비판할 부분이 쉽게 눈에 띈 선수’에게 주는 최악의 평점이다. 박지성이 평점 4점을 받은 건 2005년 맨유 입단 후 네 번째였다.

박지성은 이날도 부지런히 움직이기는 했다. 하지만 효율이 떨어졌다. 이날 그의 패스 성공률은 68%(38차례 중 26차례 성공)였다. 팀 평균 패스 성공률(80%)을 크게 밑돌았다.

루니와 하비에르 에르난데스 등 공격수들 역시 평점 5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박지성은 “이겼어야 했지만 전체적으로 어려운 경기였다”며 “전원이 수비에 가담한 상대에게 골을 넣는 방법을 찾아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맨유는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2승2무로 3위를 달리고 있다. 이날 챔피언스리그 경기까지 포함하면 2승3무다. 공교롭게도 박지성이 벤치에 머문 경기에서는 2승을 거뒀고, 출전한 3경기는 모두 비겼다. 또 박지성은 올 시즌 들어 단 한 번도 90분 풀타임 출전이 없다. 매 시즌 초반 부진하다 막판에야 감각을 끌어올리는 슬로 스타터 박지성은 올 시즌 초반에도 불안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는 “몸 상태가 100%에 가까울 정도로 좋다. 점점 더 나아질 거라 생각한다”며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한편 맨유 부동의 오른쪽 날개 안토니오 발렌시아는 이날 후반 12분 레인저스 수비수 커크 브로드풋에게 태클을 당하며 왼쪽 발목을 크게 다쳤다. 발렌시아의 부상 정도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AP 통신은 “골절이 의심될 만큼 심각하다. 바로 수술을 받게 될 것”이라는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의 말을 인용하며 발렌시아가 올 시즌을 접을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발렌시아가 장기 결장할 경우 박지성의 역할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맨유는 19일 오후 9시30분 숙적 리버풀과 홈에서 격돌한다. 박지성은 지난 3월 22일 리버풀과의 홈 경기에서 극적인 헤딩골로 2-1역전승을 이끈 바 있다. 그는 “리버풀전에서는 반드시 승점 3점이 필요하다”며 “홈 경기인 만큼 좋은 경기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최원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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