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제수용품, 혼수용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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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한가위가 얼마 남지 않았다. 지난봄의 이상 저온과 여름의 폭염, 태풍이 몰고 온 많은 비로 인해 채소와 과일의 작황이 좋지 않았다. 이에 따라 다락같이 오른 장바구니 물가 때문에 차례상을 준비하는 주부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서울시내 190여 개 전통시장이 이번 주말부터 제수용품을 20% 싸게 판매한다.” “이 기업은 명절·제수용품 선물세트 나눔 행사를 하고 있다.” 예문에 나오는 ‘제수용품’은 ‘제수(祭需)’의 뜻을 몰라 잘못 쓰는 말이다.

‘제수’는 ‘제사에 드는 여러 가지 재료’를 뜻한다. 따라서 ‘용품’(어떤 일이나 목적과 관련해 쓰이는 물품)을 덧붙이지 말고 ‘제수’ 그대로 쓰면 된다. 그래도 굳이 ‘용품’을 쓰고 싶다면 ‘제사용품’으로 하는 것이 맞다.

똑같이 잘못 쓰는 예로 ‘혼수용품’이 있다. “혼수용품을 마련할 때 몇 가지 금기(禁忌)가 있다” “유명 배우들이 결혼식을 올리기 직전이면 내로라하는 명품업체들은 드레스부터 장신구에 이르기까지 혼수용품 목록에 끼기 위해 각축전을 벌인다” 등에서도 마찬가지로 ‘혼수(婚需)’ 자체가 ‘혼인에 드는 물품’이란 뜻이므로 ‘혼수용품’이라고 할 필요가 없다. ‘혼수’로 쓰는 것이 반듯하다.

최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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