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워주고 아침 주는 '노숙 센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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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들이 기상시간 등에 구속받지 않고 자유롭게 쉬면서 몸을 씻고 빨래할 수 있는 '노숙자 드롭인 센터'가 서울지역에 크게 늘어난다. 드롭인(drop in)은 영어로 '잠깐 들르다'는 뜻으로, 드롭인 센터는 노숙자들이 저녁에 잠시 들러 잠을 잘 수 있는 숙소에 세탁실과 샤워장을 보탠 시설을 말한다.

서울시는 4일 "현재 서울 서소문과 영등포역 인근 등 3곳에 마련돼 하루 150명이 이용할 수 있는 노숙인 드롭인 센터를 한 군데 신설하고 기존 시설도 대폭 보완해 하루 400여명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우선 오는 6월까지 서소문 공원 옆 노숙자 드롭인 센터의 시설을 개선, 수용인원을 50명에서 1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 서울역 인근에 시가 최근 구입한 5층짜리 빌딩에 세탁과 목욕시설, 온돌방 등을 갖추고 200명의 노숙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드롭인 센터를 8월까지 새로 개설하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기상시간이 정해져 있는 등 생활을 일부 구속받는 노숙자 쉼터와 달리 자유로운 생활이 가능해 지금도 수용인원 150명보다 많은 200여명이 이용할 정도로 인기"라며 "역이나 지하상가에서 밤을 새우지 않고 이곳에서 지내면 본인의 건강도 좋아지고 시민들의 불편도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일부 드롭인 센터에서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자선단체가 제공하는 식사를 길거리에서 배식받아 먹는 모습이 보기에 좋지 않다는 지적 때문이다.

서울시내 노숙자 수는 1일 현재 3249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노숙자 쉼터 등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은 2558명이며 691명은 거리에서 지내고 있다.

이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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