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타=1000만원 내기 골프 한달 만에 8억원 잃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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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타에 최고 1000만원씩을 걸고 내기 골프를 벌여 한 사람에게서 8억원을 딴 자영업자 3명이 검찰에 적발됐다. 인천에서 예식장을 운영하던 안모(42)씨는 지난해 3월 예식장 동업자인 유모(41)씨의 제의로 수도권 인근으로 골프를 치러 갔다.

유씨와 자주 골프를 즐기는 건물임대업자 박모(45)씨와 주류도매업자 전모(47)씨가 동행했다.

안씨는 평균 타수가 90대 초반, 다른 세 사람은 80대 초반이라고 밝혔다.

처음 만난 이들은 한 타당 3만~5만원씩 내기 골프를 했다.

경기 방식은 각자 경기 전에 자신의 목표 타수(핸디캡)를 적은 뒤 라운딩이 끝난 후 실제 타수와의 차이를 계산, 많이 친 사람이 적게 친 사람에게 타수만큼 돈을 주는 것. 핸디캡 차이가 승패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아 보이는 데다 처음 몇 번 실전에서 돈을 딴 안씨는 제주도 등으로 장소를 옮겨 한 타당 50만, 100만원으로 내기 금액을 올려도 마다하지 않았다.

안씨는 국내에서만 4억원을 잃었다. 안씨는 "마지막으로 태국에서 골프도박을 하자"는 유씨 등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들은 방콕 인근의 골프장에서 7일간 매일 18~36홀씩 내기도박을 했고 이 과정에서 한 타에 1000만원까지 판돈이 올라갔다. 안씨는 결국 3월부터 한 달간 14차례 골프도박을 통해 모두 8억원을 잃었다.

이들의 골프 도박 행각은 거액을 탕진한 안씨가 "타수를 속였다"며 사기 도박 혐의로 유씨 등 3명을 검찰에 진정하면서 드러났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는 그러나 "세 사람이 짜고 안씨를 상대로 사기도박을 했다는 증거는 없다"며 상습 도박 혐의만 인정, 유씨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안씨와 돈을 돌려주기로 합의가 됐다"며 유씨 등에 대한 영장을 기각했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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