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침체로 덜 걷힌 세금 … 지자체 살림 빡빡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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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올 상반기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사업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을 비롯해 대구·강원도 등에서 취득세·등록세가 예상보다 덜 걷혔기 때문이다. 토지나 건물·차량 등을 매입하거나 증여 받을 때 내는 취득세와 등록세는 서울시 세수의 30%를 차지한다. 지방세수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시 예산의 16%가량 된다. 다른 세금에 비해 경기 변동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이 특징이다.

서울시는 7월까지 2조원의 취득·등록세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7월까지의 실적은 1조7368억원에 불과해 2600여억원이 덜 걷혔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거래가 끊긴 것이 세수 감소로 이어진 것이다.

월별 건축물·주택·토지 거래 건수를 보면 1월 1만8440건에서 2월에는 1만4331건으로 줄었고, 7월에는 1만4668건으로 떨어졌다. 월별 부동산 거래 금액도 크게 줄었다. 1월에 10조8260억원이었으나 점점 줄어 7월에는 6조470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시와 자치구가 추진하는 사업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의회 강희용(민주당) 의원은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서울시의 세수 결손이 우려된다는 연구 보고서도 있었는데 서울시가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전망했다”고 지적했다.

대구시도 사정은 비슷하다. 올 초 부동산 경기가 나아질 것으로 보고 취득·등록세 징수 목표를 5887억원으로 정했으나 7월까지 들어온 취득·등록세는 2974억원. 예상치의 절반을 겨우 넘는다. 문제는 연말까지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다. 대구시 이동혁 예산담당관은 “앞으로 세수입이 크게 늘어나지 않으면 각종 사업에 배정된 예산을 대폭 삭감해야 하는 일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원도의 7월 말 현재 취득·등록세 징수액은 1980억원으로 예상액 2100억원에서 120억원 모자란다. 충남은 3825억원 예상에 3714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경기도는 예상보다 많은 세금을 거뒀다.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로 인한 부동산 시장 침체를 경험한 지난해 4조1692억원으로 잡았던 세수 예상치를 올해는 3조8030억원으로 확 낮춰 잡은 때문이다. 8월까지 2조4823억원의 세수를 예상했으나 761억원을 더 거뒀다. 올 한 해 세수 목표는 3조8030억원인데 8월 말 현재 70%를 달성했다.

경북도 마찬가지다. 올 7월까지 지방세 징수 실적은 3354억원으로 예상액이 3099억원인데 255억원을 초과했다. 이는 경북도가 지난해 지방세 징수액이 전년도에 비해 크게 줄자 올해 연간 목표액을 줄인 때문이다. 경북은 올해 지방세 징수 연간 목표액을 지난해의 5230억원보다 줄어든 5180억원으로 잡았다.

대전·제주는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서 취득·등록세를 많이 거둔 경우다. 대전시는 2008년부터 2년여 경기침체로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었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미분양 아파트가 1만 가구를 넘을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서남부지구 등 택지개발지역의 아파트 분양이 활기를 띠며 미분양 아파트가 7000여 가구로 줄고, 취득·등록세 수입도 늘었다. 올 상반기 1763억원의 세수를 예상했으나 120억원을 더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652억원보다 291억원 늘었다.

590억원 예상에 686억원의 실적을 올린 제주도는 새마을금고연수원 조성사업 등 각종 개발사업이 이어지면서 아파트 분양 등 부동산 경기가 활기를 띠고 있다.

임주리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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