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추적] ‘4억 명품녀’ 의혹 캘수록 미스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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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명품 수집벽(癖)이 있는 것으로 케이블 채널에 소개되면서 이른바 ‘4억 명품녀’로 알려진 김모(24)씨를 둘러싼 진위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방송 내용이 상당 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데 이어 김씨의 목걸이 가격을 둘러싼 의혹이 12일 인터넷을 통해 제기됐다. 김씨가 방송에서 “2억원짜리”라고 밝힌 목걸이가 실제로는 4000만원이라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커스텀 주얼리 디자이너 배재형씨는 자신의 인터넷 미니홈피에 “(김씨가 찬) 4000만원짜리 목걸이가 어찌 2억원으로 둔갑하느냐”는 글을 올렸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배씨는 ‘강코(kangko)’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로, 김씨가 방송에서 소개한 헬로키티 디자인의 목걸이를 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커스텀 주얼리는 고객이 원하는 디자인으로 주문 제작되는 보석 제품을 말한다.

배씨는 미니홈피에 “현재 목걸이 값을 받지 못해 김씨를 고소한 상태다. 그동안 내가 마음 고생한 만큼 한국에 가면 진실을 밝히겠다”는 주장도 적었다. 본지는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배씨의 정확한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배씨의 회사 직원은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 사장(배씨)이 조만간 입국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배씨의 미니홈피에 올라온 주장대로라면 ‘명품녀’ 김씨는 문제의 목걸이를 외상으로 주문한 뒤 대금도 치르지 않았고, 방송에서는 가격을 부풀린 것이 된다.

앞서 김씨는 지난 7일 케이블방송 엠넷(Mnet)의 한 프로그램에서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 명품을 구입하며, 지금 몸에 걸친 것만 4억원어치”라는 취지의 인터뷰를 했다가 탈세 논란과 방송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엠넷 측은 김씨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우리도 김씨와 연락이 잘 닿지 않아 상황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방송 조작은 없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김씨의 결혼 여부도 여전히 미스터리다. 김씨 부모에 대한 세무조사를 요구하는 여론이 빗발친 뒤 국세청 등을 통해 “김씨의 남편은 전문직 종사자로 부모와 남편 모두 대단한 재력가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이에 대해 엠넷 측은 “우리는 미혼으로 알고 있다. ‘기혼’이란 보도가 나간 뒤 김씨가 간접적으로 ‘결혼하지 않았다’고 전해 왔다”고 밝혔다. 한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엠넷의 방송 조작 여부를 심의하기로 했다. 위원회 관계자는 “해당 프로그램 녹화자료를 입수해 방송 심의 규정에 저촉되는 내용이 있는지를 면밀히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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