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만 뛴다 … 작년말보다 4.9%↑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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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전셋값이 오르면 집값도 뛰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수도권에선 정반대다. 전셋값만 뛰었다. 이에 따라 매매가에서 전세가가 차지하는 비율(전세가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12일 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아파트 값은 수도권의 경우 지난해 말보다 떨어졌고, 전국 평균으로는 1% 오르는 데 그쳤다. 반면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같은 기간 4.9%나 뛰었다. 수도권에서 매매가와 전세가는 서로 정반대로 달렸다. 수도권 매매가 변동률은 서울 -2%(한강 이북 -2.3%, 한강 이남 -1.7%), 인천 -2.4%, 경기도 -3.2%였다. 전세가 변동률은 서울 3.7%(한강 이북 2.9%, 한강 이남 4.3%), 인천 3.8%, 경기도 3.2%였다.

6대 광역시는 매매가가 3.6%, 전세가가 6.6% 각각 상승했다. 같은 방향이지만 전세가의 보폭이 더 컸다. 아파트 값이 9.9%로 가장 많이 오른 부산에서 전세가는 11.1%나 뛰었다. 대구는 매매가가 0.7%, 전세가가 3.4% 올랐다. 리딩증권 정명수 이사는 “전세금을 올려 주더라도 계약을 연장한 뒤 시장을 관망하겠다는 실수요나 대기 수요가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국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율은 55.7%로 2006년 10월(56.6%) 이후 46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아파트 값이 1억원일 때 전셋값이 5570만원이라는 뜻이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는 줄어든다.

서울의 전세가율은 2001년 12월 최고치인 63.4%에서 조금씩 떨어져 2008~2009년 내내 40%를 밑돌았다. 그러나 지난달 42.6%로 2007년 10월(42.7%) 이후 가장 높았다. 강남도 2006년 9월(40.9%) 이후 가장 높은 40.5%로 올라섰다.전세가율이 높아지면 전세 세입자를 끼고 집을 사 두는 이른바 투자·투기 수요가 유입될 가능성이 커진다. 외환위기 이후의 비슷한 상황에선 집값이 급등했다.

하지만 이런 전례가 되풀이될지는 실수요자들의 심리에 좌우될 전망이다. 전세가가 더 오르더라도 주택 보유를 계속 주저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당분간 매매가 하락, 전세가 상승 국면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이른바 ‘부동산 시대는 끝났다’는 믿음이 뿌리내리는 경우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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