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도 ‘투 트랙’ 해외파 웃고 국내파 울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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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해외파’ 3M·맥도날드·코카콜라는 웃고, ‘국내파’ 홈데포·AT&T는 울고-. 신흥시장과 미국의 ‘경기 온도 차’ 때문에 미국 경제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찌감치 해외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온 회사들은 활력이 넘치는 반면 내수 시장에 주력해 온 기업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9일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다우지수에 편입된 30대 기업 중 해외 매출 비중이 큰 10개 기업의 내년 매출은 평균 8.2% 증가할 전망이다.

반면 해외 매출 비중 하위 10개 기업의 평균 매출 증가는 1.6%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해외파와 국내파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상태를 WSJ는 두 갈래 길을 뜻하는 ‘투 트랙(Two track) 경제’로 명명했다.


온도 차는 같은 음식료회사인 코카콜라와 닥터페퍼스내플 그룹의 경영 전략에서 단적으로 나타난다. 해외 시장에서 거두는 매출이 전체의 74%에 달하는 코카콜라는 최근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특히 신흥시장에 향후 10년간 270억 달러를 쏟아부을 계획이다. 지난주에는 러시아 주스 제조회사 ‘니단’을 인수하기도 했다. 이 회사 글로벌전략 대표인 존 파렐은 “코카콜라에 미국은 수백 개의 세계시장 중 하나”라고 호언했다.

반면 매출의 90%가 미국에서 나오는 닥터페퍼스내플 그룹의 사정은 영 딴판이다. 이 회사 마케팅 수장인 제임스 트레빌콕은 “소비자들이 빚을 갚느라 허리띠를 졸라매는 바람에 돈을 쓰지 않는다”면서 “이런 분위기가 한동안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최근 궁여지책으로 세금을 포함해도 1달러가 넘지 않는 음료 캔을 새로 내놓는 등 마케팅 전략을 바꾸고 있다.

이런 양극화는 노동시장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수출 주력 기업들이 기술 인력 확보 경쟁에 나서면서 해외마케팅·디자인 전문가들의 몸값은 오르고 있다. 반면 주로 저학력 노동자들이 몰리는 소매업종에선 일자리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투 트랙 경제가 미국 내 계층 간 격차까지 벌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JP모건체이스는 올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9.8%, 인도는 8.3%, 브라질은 7.5%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미국 경기 회복세는 최근 둔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8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는 12개 지역 연준의 경기 동향을 종합한 ‘베이지북’을 통해 “최근까지도 경제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성장 속도가 느려지는 현상이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연준 관할 12개 지역 중 경기 회복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보고된 지역이 7월 두 곳에서 이번엔 5곳으로 늘었다. 이날 발표된 베이지북은 오는 21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주요 참고 자료로 활용된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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