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글로벌 아이

일본 민주당 대표 선거에 쏟아지는 불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8면

의원내각제인 일본은 국회(중의원) 다수당의 대표가 총리에 오른다. 대표 선출은 정당마다 차이는 있지만 국회의원과 당원·지지자들의 투표로 이뤄진다. 그러다 보니 총리가 파벌(派閥) 계파의 힘의 원리에 따라 정해지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자와의 지지율은 10%대로, 간 총리(60%)가 크게 우세하다. 그런데도 당내 최대 계파를 거느리는 오자와의 승리를 예상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대표 선거 기간이 짧은 것도 문제다. 이번 선거도 1일 경선 일정 공시부터 선거일까지 2주에 불과하다. 최근 4년간 8개월~1년 임기를 지낸 4명의 총리 중 총리 자질론(資質論)이 거론되지 않은 사람이 없다.

과거 수 차례 ‘총리공선제(首相公選制)’, 즉 국민들의 직접투표로 총리를 선출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曽根康弘)·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 등 여러 총리가 총리 직선제를 제안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총리실에 ‘총리공선제를 생각하는 간담회’를 설치하기도 했다. 한국이나 미국의 대통령제처럼 국민들이 지도자를 선출하게 되면 그 총리는 일정 기간 임기를 보장받게 되는 데다 걸핏하면 국회에서 불신임안이 논의되는 수모를 겪지 않아도 된다. 무엇보다 진정한 의미에서 정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는 논리다. 지난 20년간 13명의 총리가 바뀌었으니 직선제 논의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개헌이라는 절차가 필요한데도 여론은 긍정적이다. 최근 수년 새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 60~80%가 직선제를 원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오사카(大阪)의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지사도 1일 “국민들이 지도자를 직접 선출하고 싶다는 논의가 일고 있다. 후보자가 전국을 돌며 국민들에게 자신의 정책을 알리는 총리 공선제가 진정한 정치”라고 했다.

이런 여론의 이면(裏面)에는 국민들의 정치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밀실(密室) 담합이니 힘의 논리로 움직이는 일본 정치 시스템에 한계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오랜 경험과 자질을 갖춘 사람이 객관적인 여론의 검증을 거쳐 리더가 돼야 그 조직이 발전할 수 있다. 정치·경제·사회 모든 면에서 불안한 지금의 일본을 보고 있으면 “믿음을 잃으면 정치는 설 수가 없다”는 공자의 말씀이 새삼 떠오른다.

박소영 도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