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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더블딥, 오지 않을 네 가지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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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첫째, 1990년대 말 아시아 경제위기와 이번 글로벌 위기를 거치면서 많은 정부와 국제기구는 위기를 사전에 예방하는 지혜와 경험을 충분히 습득했다. 미국경제의 전망이 경기회복 부진과 부동산 시장의 불안, 9.5%대의 실업률 등으로 매우 어둡기는 하나 미국 연준과 오바마 행정부는 더블딥 예방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적절한 시기에’ 취할 것이다.

오바마 정부는 머잖아 그동안 2차에 걸쳐 시행해 온 경기부양책에 버금가는 규모의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공화당이 11월 중간선거에서 의회의 주도권을 다시 장악하더라도, 끝까지 반대할 경우 안게 될 정치적 부담 때문에 미 의회는 오바마의 이 새로운 대책을 승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재무부에 의한 추가적 경기부양책이 의회에서 좌초된다 해도, 주택담보채권의 매입이나 주택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가구에 대한 대체금융 확대 등 의회의 승인이 필요 없는 연준의 유동성 확대는 계속될 수 있다.

둘째, 글로벌 위기 대응에서 보여준 국제적 공조는 앞으로도 가능하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주요 20개국(G20) 등을 통한 국제공조는 적시에 또 효과적으로 발휘됐다. 거의 모든 국가가 동시에 충분한 유동성을 투입해 시장안정성을 회복함으로써 급속한 경기냉각을 차단했다. 또 최저금리, 사상 최대 규모의 재정지출과 조세감면 등을 통해 끝없이 추락하던 세계경제를 미약하나마 플러스로 반전시켰다.

이뿐만 아니라 한국이 미·중·일과 체결한 총 5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유럽과 IMF가 조성한 1100억 유로의 그리스 긴급지원자금, 7000억 유로의 유럽공동기금 마련 등도 국제공조를 통해서였다. 거기에 IMF는 긴급 시 활용할 수 있는 기금 규모를 지금의 2500억 달러에서 3배 증자키로 합의했다.

셋째, 금융위기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도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각국 정부와 IMF, 바젤위원회 등이 시장의 동향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며 필요한 시정조치를 권고하고 있고, 11월 서울 G20 정상회의가 건전성 규제와 사모펀드 등 고위험 투자에 대한 규제 및 감독을 강화하는 글로벌 금융제도 개혁방안을 채택할 것으로 기대된다.

넷째, 세계경제에서 막강한 비중을 가지게 된 중국·인도·브라질 등 신흥국의 경제가 고성장을 계속하고 있으므로 선진국 경제의 하락으로 인한 영향을 앞으로도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상의 이유로 앞으로 세계적 위기와 경기침체를 동반하는 더블딥은 향후 상당 기간 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했던 이번 위기를 극복한다 하더라도, 세계경제의 장기 성장추세는 심각하게 저하돼 주요국의 높은 실업 수준이 정상화되는 데 장기간이 소요될 것이다. 따라서 각국의 사회안전망 확대로 인한 재정지출 확대도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의 모든 기업과 소비자들이 이번 위기를 겪으면서 지출에 지극히 신중해졌기 때문이다. 한국도 90년대 위기를 겪으면서 같은 이유로 현저한 장기 성장률 저하를 경험했다.

문희화 충무로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