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 난청환자에게 희소식 … 인공와우 이식도 소용없다면 뇌 청신경에 직접 이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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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이 뇌간이식술을 받은 중증 난청 환자에게 청각테스트를 하고 있다. 첫 번째 소리가 높은지, 두 번째 소리가 높은지를 묻는 내용을 쓴 스케치북을 환자에게 보이고 있다.

뇌간이식술(auditory brainstem implant)이 인공와우 이식으로도 소리를 되찾을 수 없는 심한 난청 환자들에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최재영·이원상 교수와 신경외과 장진우 교수팀은 2008년 7월부터 2010년 7월까지 10명의 중증 난청 환자에게 뇌간이식술을 시행한 결과 청각 능력이 향상됐다고 밝혔다.

신생아의 1000명 중 1명은 소리를 잘 들을 수 없는 난청을 갖고 태어난다.

1980년대부터 인공와우 이식술이 보편화되며 난청 환자들도 소리를 들으며 살아갈 수 있게 됐다. 선천적 혹은 후천적으로 소리의 진동을 청신경에 전달하는 달팽이관(와우)의 기능이 망가져 양쪽 청력을 잃었거나 고도난청인 환자에게 적용된다. 청각신경에 전기적 자극을 줘 손상된 달팽이관 기능을 대행하는 전기적 장치다.

하지만 난청 환자의 5%는 인공와우 시술을 받아도 소리를 잘 들을 수 없는 중증 난청 환자다.

뇌 속에 소리를 듣는 기관인 뇌간의 청신경에 문제가 생겨 인공와우의 전기신호가 전달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인공와우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뇌간이식술이다. 뇌간이식술은 뇌의 청신경에 직접 전기장치를 연결해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 준다.

세브란스병원 최재영 교수팀이 뇌간이식술을 진행한 중증 난청 환자 10명 중 7명은 청신경이 아예 없거나 기능을 하지 못하는 선천성 난청 환자였다. 나머지는 달팽이관이 뼈로 바뀌어 인공와우 이식이 어려운 ‘와우골화(骨化)’ 환자다.

최 교수팀이 뇌간이식술 후 청각 반응을 조사한 결과 9명에게서 유의미한 치료 결과가 확인됐다.

선천성 난청 환자들은 모두 뇌간이식술 후 소리를 감지하는 데 문제가 없었고 지속적으로 청각 능력이 향상됐다.

와우골화 환자들도 입 모양을 보면서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으로 청각 기능이 좋아졌다. 입 모양을 보지 않고 대화가 가능한 환자도 있었다.

최 교수는 “듣지 못하면 말하지도 못하기 때문에 난청 환자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뇌간이식술은 인공와우 이식술로도 소리를 찾지 못하는 심각한 난청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유일한 수술법”이라고 말했다.

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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