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오바마를 쥐락펴락, 33인의 신상명세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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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권력지도, 미국을 움직이는 워싱턴의 33인
이상일 지음, 예문
320쪽, 1만4500원

최근 세계 경제위기 이후 미국이 쇠퇴하고 중국이 부상하고 있으나 21세기에도 초강대국 미국의 세계적 영향력은 여전할 전망이다. 특히 북한과 대치하고 있고, 대미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지속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미국의 파워엘리트들을 제대로 아는 게 필요하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를 소개하는 책은 국내에 많이 나왔으나, 오바마 대통령의 의사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워싱턴 정가의 파워엘리트들을 소개한 책은 찾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흥미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백악관과 행정부, 그리고 의회를 이끌어 나가고 있는 주요 인물들의 인생역정과 개성을 찬찬히 들여다 본 덕분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18인의 오바마 정권 실세들을 비롯한 33인의 파워엘리트들. 오바마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인 램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 데이비드 액슬로드 백악관 선임고문 등 시카고사단과 측근 그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로런스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등 정치인·관료·전문가그룹의 핵심인사들이 누구인지 각종 에피소드를 곁들여 소개하고 있다. 제프리 베이더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 선임국장과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 등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고위급 파워엘리트의 스토리도 포함됐다.

2008년 시카고에서 열린 2016년 올림픽 유치 집회에서 당시 민주당 대통령후보이던 버락 오바마(오른쪽)가 훗날 자신의 비서실장이 된 램 이매뉴얼 하원의원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이매뉴얼 대통령 비서실장은 고교 시절 저돌적 성격 탓에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의 끝마디를 잃었다. [중앙포토]

저자는 2006년 1월부터 3년 6개월간 중앙일보 워싱턴 특파원으로 있으면서 오바마 대통령을 탄생시킨 2008년 미 대선 현장을 직접 지켜봤다. 저자는 반전에 반전의 드라마를 연출했던 당시의 대선 흐름을 분석하고 치밀한 리서치 작업을 바탕으로 인물탐구를 했다. 그 결과 그간 언론을 통해선 제대로 알기 어려웠던 ‘워싱턴 인사이더들’의 성장과정, 업무 스타일, 개인적 습관 등에 대한 각종 정보와 이야기 거리를 책에 담을 수 있었다.

예컨대 이매뉴얼 비서실장은 오른 손 가운데 손가락의 한 마디가 없다. 고교시절 패스트푸드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고기 절단기에 손가락을 베였는데도 치료하지 않고 수영을 하다 상처 부위가 세균에 감염돼 손가락 일부를 잘라냈기 때문이다. 저돌적인 업무 스타일로 ‘람보’라는 별명이 붙은 이매뉴얼 비서실장의 성격을 보여주는 일화다. 오바마의 선거 구호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을 만든 액슬로드 선임고문이 커피를 싫어하고 홍차의 일종인 얼 그레이를 즐긴다는 내용도 있다.

“주요 인물들이 오바마 대통령과 인연을 맺는 과정에서의 일화는 물론, 중요한 결정의 순간에 있었던 에피소드가 가미돼 있어, 소설 못지 않은 재미와 함께 생생한 현장감을 제공하고 있다”는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의 추천사는 이 책의 핵심을 잘 정리하고 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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