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이 보는 중국의 내일 알아야 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2면

“동북아의 안보 구도 획정에서 중국의 역할이 중요한데 한국이 미국에 편승해서 새로운 신 냉전 질서를 만드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중국을 두려워하기 전에 중국을 잘 아는 작업이 필요하다. 중국이 북한 편을 들고 우리에게 준 적이 없다는 사고를 한다면 앞으로 100년, 1000년을 함께 살아가야 할 거대국 중국과 옳은 좌표 설정을 할 수 없다고 본다.”

중국의 대표적 전략가·국제정치학자 21명과의 대담을 담은 책 『중국의 내일을 묻다』(삼성경제연구소)를 최근 펴낸 문정인(사진) 연세대 교수(국제정치)는 3일 인터뷰에서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중국을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책이 대담 형식이어서 중국 학자들의 육성을 직접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은 통제된 사회인데 그들이 쓴 글은 정제·절제돼 있다. 이것을 넘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가 해서 대담 방식을 택했다. 글을 썼을 때와 달리 내면에 숨겨져 있던 것들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다. 중국의 속내를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중국을 전문으로 하지 않은 국제정치학자가 중국에 관한 책을 낸 데 대한 학계의 반응이 궁금하다.

“‘이제 중국도 하세요’라고 못마땅해 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중국 전문가들이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해주고 있다. 중국을 아는 사람은 그런 식(직설적인 대담)으로 못한다고 했다. 중국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데이터베이스가 될 것이다.”

-가장 인상깊었던 학자는 누구인가.

“옌쉐퉁(閻學通) 칭화대 국제문제연구소장을 먼저 꼽고 싶다. 정비젠(鄭必堅) 전 공산당 중앙당교 상무부교장이 주창한 화평굴기에 대해 동의하지 못한다고 하더라. 굴기가 땅에서 산이 솟는 것인데. 어찌 화평만 이야기하느냐고 반문한다. 군사적인 힘, 경제적인 힘, 국력을 쌓아야 한다고 대놓고 얘기한다. 왕지쓰(王緝思)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도 인상적이다. 인간도, 국가도, 중국 공산당도 겸손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중국 공산당이 자기가 최고라고 한다면 발전이 있을 수 없고, 더 큰 고난이 닥칠 수 있다고 한다. 중국의 지적 지형이라는 게 단선적이고 하나의 목소리만 있던 데서 아주 다중적이고 치열한 경쟁시대를 맞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중국은 결국 어떤 길을 간다고 보는가.

“중국이 앞으로 40~50년의 국제질서에 대해 새로운 비전을 가진 것 같지는 않다. 학자나 당국자나 중국은 미국이 만들어 놓은 자유주의 경제 질서를 바꿀 용의는 없는 것 같다. 점진적이고 부분적 개혁을 원하는 것이지 그 전체를 바꾸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외부 국가들이 중국의 사활적 가치, 이익에 도전해 올 때는 얼마든지 대응하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오영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