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삼성물산 빠진 용산사업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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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삼성물산이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의 주도권을 내놓기로 했다. 삼성물산은 31일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보유 중인 용산역세권개발㈜의 지분 45.1%(13억5300여만원)를 코레일·롯데관광개발 등 다른 투자자에게 넘기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용산역세권개발은 코레일·롯데관광개발 등 30개 투자자가 만든 사업 주체 드림허브의 용역 회사로, 드림허브는 의결권만 가지고 개발·계획·분양 등 실질적인 사업은 이 회사가 맡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은 드림허브의 지분 6.4%만 가진 건설투자자로만 남게 됐다. 드림허브는 건설사들의 지급보증을 통한 사업비 마련에 반대해 온 삼성물산이 사업 주도권을 반납함에 따라 다른 건설투자자를 모집하는 등 새 판을 짜기로 했다.

◆삼성물산 입장 변화 왜=‘쫓겨나느니 알아서 나가겠다.’ 31일 서울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의 주도권 반납 여부를 두고 열린 삼성물산의 대책회의 결과를 요약한 말이다. 삼성물산은 지난달 23일 드림허브가 사업 주도권을 내놓으라고 요구할 때만 해도 “버티겠다”고 했다. 그러다 입장을 바꾼 것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에서 더 이상 실익을 얻을 수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동산시장이 위축되면서 사업성이 악화된 마당에 사업 주도권을 갖고 있어 봐야 이득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임시주총에서 싸울 힘도 부족했다. 사업 주도권을 지키려면 우호 지분이 30% 이상 돼야 하는데, 삼성물산을 비롯한 삼성그룹 지분을 합쳐도 12%에 못 미친다.

지금 스스로 내놓는 게 모양새가 가장 낫다고 본 것이다. 그렇다고 삼성물산이 이 사업의 지분(6.4%)까지 포기한 것은 아니다. 또 17개 건설투자자 가운데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는 건설투자자 대표회사 자격은 그대로다.

◆사업 정상화 어떻게=삼성물산의 사업 주도권 반납을 요구해 온 코레일과 재무·전략투자자들은 사업이 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 이들은 사업 주도권을 쥐고 있던 삼성물산이 9조원대의 공사 배분권를 갖고 16개 건설투자자의 지급보증을 막았기 때문에 사업이 어렵게 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때문에 사업 주도권만 빼앗아 오면 다른 건설투자자들은 지급보증에 나설 것으로 믿고 지난달 23일 삼성물산에 경영권 반납을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주요 건설투자자들이 여전히 사업비 마련을 위한 지급보증에는 난색을 나타낸다. 게다가 삼성물산이 스스로 사업 주도권을 내놓은 데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건설투자자인 P사의 한 임원은 “삼성이 사업 주도권을 내놓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시공권이 탐나기는 하지만 무리해서 지분을 늘리거나 지급보증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N사와 K사 등 일부 건설사는 아예 사업에서 발을 빼는 것도 검토 중이다. N사의 한 관계자는 “지급보증을 하거나 지분을 더 늘릴 수 없는 형편”이라며 “오히려 지분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K사 임원은 “ 지급보증을 서고 시공권을 더 챙길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 판 짜기는 연말께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드림허브는 이달 중 기존 건설투자자 일부를 정리하고, 사업설명회 등의 과정을 거쳐 11월 5일 새 건설 투자자를 확정키로 했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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