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학습계획 세우기 어떻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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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기를 대비하는 1학년들의 각오는 남다르다. 바뀐 학교와 새로운 교과목에 적응하느라 성적을 잘 관리하지 못했던 1학기를 만회하려는 마음에서다. 하지만 기초를 쌓아야 할 지, 선행학습을 해야 할 지 방황하는 사이에 짧은 2학기는 훌쩍 지나가기 십상이다. 김은지(서울 창일중 1)양과 김지훈(서울 신일고 1)군의 2학기 학습계획을 전문가와 함께 점검하고 학습전략을 세워봤다.

매주마다 계획 피드백→전략 수정해야

김군은 2학기에 가장 중점을 둬 학습할 과목으로 국어와 사회·세계사를 꼽았다. 대체로 우수한 다른 과목에 비해 유독 취약한 부분이다. 특히 세계사 과목이 요구하는 역사적 흐름은 도통 이해하기 어려워 책을 잡았다가도 번번이 포기하기 일쑤였다. “문제풀이를 하면 너무 많이 틀리니까 개념정리만 하게 돼요. 시대별로 일어난 사건을 공부하다 보면 연도가 겹치는데 영 이해도 안 되고요.” 지난1학기엔 시간을 투자해 공부해도 세계사 성적이 오르지 않자 아예 다른 과목만 공부하는 식으로 ‘회피’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2학기에는 세계사 과목 정복에 다시 한번 도전해 볼 계획이다. 세계사의 흐름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학습 컨설팅업체 TMD 고봉익 대표는 김군에게 “목표부터 수치화·구체화하라”고 주문했다. ‘흐름을 파악한다’는 식의 정확하지 않은 목표는 달성하기 어렵고, 달성한다 해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 대표는 “학습계획은 목표→전략→시간배치→실행→피드백의 5단계로 진행될 때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며 “학기말 최종 평균 90점 이상, 혹은 수능 모의고사 1등급 식의 수치로 드러나는 목표를 세우라”고 조언했다.

목표 점수를 정했다면 그 옆에 나의 현재 점수를 적어본다. 목표와 현재 실력 간의 차이(GAP)를 확인하는 2단계 ‘전략’의 첫 번째 과정이다. 목표와 현재 실력간에 차이가 생긴 이유는 학생 스스로 찾아야 한다. 해당 과목과 관련된 어떤 생각이라도 자유롭게 백지에 끄적여본다. 풀고 있는 문제집과 자신의 공부방식부터 담당 교사의 수업 스타일까지 주제는 무궁무진하다.

고 대표는 “20여 개 이상의 문장을 적어내려가다 보면 그 과목에 대한 문제의 원인이 자연스레 드러난다”며 “이런 원인을 찾아 해결방법을 구체적으로 적은 뒤 전략 로드맵을 작성하는 것까지가 2단계”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흔히 작성하는 일일 시간표는 3단계 시간배치에서 비로소 이뤄진다. 학교와 학원에서 머물러야 하는 식의 고정시간을 제외한 가용시간을 체크한 뒤 해결방안에서 도출한 과목별 공부방법을 배분한다. 처음 작성하는 시간표는 일주일을 기준으로 작성한다.

5단계 피드백은 학습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고 대표는 “학생들의 큰 오해 중 하나가 한번 계획한 시간표는 바꾸기 어렵다는 생각”이라며 “처음 도출한 원인과 해결방법은 완전할 수 없으므로, 일주일이 지날 때마다 수시로 학습 성과를 분석하고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독해 능력이 부족해 단어 암기를 해결방안으로 삼아 공부한 뒤, 효과가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독해문제 풀이로 해결 방안을 바꿔보는 식이다.

현실적 학습계획 짜야…일요일은 보충시간

김양은 중학교에 입학한 올해 초부터 사교육을 받지 않고 혼자 힘으로 공부하고 있다. 어머니 박미성(42·서울 도봉구)씨는 “늦은 밤 학원에 가기 위해 버스로 통학하는 데 따르는 위험과 시간낭비를 줄이고 자기주도학습능력을 기르는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아이가 자신있어 하는 영어와 달리 국어와 수학 과목은 혼자 공부해나가는 데 조금 힘겨워하는 것 같아 걱정이 되기도 한다”고 고백했다.

김양의 2학기 학습목표는 중간고사 때 전과목 평균 95점을 받는 것이다. 주중엔 매일 스스로 5시간씩 공부하도록 계획을 짰다. 김양은 “주중엔 영어·수학을, 주말엔 국어 위주로 공부할 계획”이라며 “방과후엔 예습과 복습을 해 기억력을 높이고 중간고사 3주전부터 시험준비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취약한 국어 과목을 위해 교과서와 연계된 독서를 하고, 틀린 문제는 오답노트도 만들어 볼 계획이다. 부족한 부분은 인터넷 동영상 강의로 보완할 계획도 세웠다.

에듀플렉스 이병훈 이사는 김양의 학습계획을 검토한 뒤 “일일 학습시간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학교에서 귀가한 뒤 쉬는 시간이 거의 없는 시간표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말이다.

그는 “중 1은 하루 3시간, 고 1은 하루 4~5시간 공부하는 정도가 현실성 있는 계획이다”며 “주간계획을 7일치로 짜면 실천이 어려우므로 6일치로 짜고 일요일에 보충하는 방식을 택할 것”을 권했다. 국어과목은 주말에 몰아서 공부하기보다 주중에 분산해 학습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월요일과 목요일에 각 1시간씩 나눠 주제와 의미 대신 장르별로 접근해보는 연습을 한다. 예를 들면 시 한 작품에 대해 주제→심상→시적화자→운율→표현상 특징 순으로 옮겨가며 학습하는 식이다.

이 이사는 “교과서 연계독서는 학기 중 보다는 방학 때 하는 게 현실적”이라며 “국어는 오답노트 만들기보다 틀린 문제를 분석하는 작업이 더 중요하므로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한 문제씩 깊이 있게 학습하라”고 조언했다.

<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 사진= 김경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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