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애 “미셸 위 많이 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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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잠자던 거인이 다시 일어났다.

미셸 위(21·사진)가 30일(한국시간) 캐나다 위니팩의 세인트 찰스 골프장(파72)에서 벌어진 LPGA 투어 CN 캐나디안 여자 오픈 최종라운드에서 2타를 줄여 최종합계 12언더파로 우승했다. 프로 전향 이후 두 번째 우승을 ‘와이어 투 와이어(wire to wire)’로 장식했다. 와이어 투 와이어는 경마에서 나온 용어로 출발선(1라운드)부터 결승선(최종 라운드)까지 선두를 놓치지 않고 우승하는 것을 말한다.

미셸 위는 이번 우승으로 “공은 멀리 치지만 우승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는 딱지를 떼어버렸다. 경기 후 미셸 위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최고의 하드웨어를 가진 미셸 위가 이번 대회처럼 정교한 쇼트게임과 강한 정신력을 가지고 경기한다면 여자 골프에 폭풍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슬럼프와 손목 부상으로 오랫동안 자신감 없는 스윙을 하던 미셸 위는 올 들어 호쾌한 스윙으로 돌아왔다. 시즌 드라이브샷 평균 거리가 276야드로 LPGA 투어 1위를 되찾았다. 페어웨이 적중률은 여전히 높지 않지만 과거처럼 황당하게 페어웨이를 벗어나는 샷은 거의 없다. 아이언도 매우 정교해졌다. 스코어와 직결되는 그린 적중률에서 미셸 위는 지난해 70%에서 이번 대회에는 75%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 파 3홀에서는 8타를 줄이는 정교함을 뽐냈다.

그동안 미셸 위가 성적을 내지 못한 것은 쇼트게임 불안 때문이었다. 미셸 위는 올 시즌 라운드당 평균 퍼팅수는 30.9(131위), 샌드세이브율은 41.7%(56위)에 불과했다. 평균 퍼팅수가 28.7개, 샌드 세이브율은 65%에 달하는 신지애와 맞대결에서 이기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선 달랐다. 대회를 앞두고 미셸 위는 허리가 아플 정도로 퍼팅 연습을 했다고 한다. 임경빈 J골프 해설위원은 “거리가 많이 나는 미셸 위가 이 정도로 퍼팅을 성공시킨다면 신지애나 미야자토 아이 등 다른 선수들이 겨루기에 벅찰 것 같다”고 말했다.

신지애는 “미셸이 많이 성장했다”고 축하해줬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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