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김태호 낙마에 “다 끝난 일인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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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끝난 일인데 더 할 말이 뭐 있나.”

한나라당 친박계 현기환 의원은 30일 김태호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와 관련해 이렇게만 말하고 입을 닫았다. 그의 발언은 친박계 의원들의 분위기를 반영한다. 친박계는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김 전 후보자에 대한 많은 문제점이 노출됐음에도 신중한 언행을 보였다. 친이계 의원들이 “김태호는 안 된다”고 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친박계는 8·8 개각 직후엔 부글부글 끓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건 박근혜 전 대표의 대항마를 키우겠다는 의도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일부 친박계 의원은 노골적으로 개각을 비판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주변에 “개각을 너무 나쁘게만 보지 말라. 대통령의 인사를 두고 친이·친박이 갈등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치지 않게 하라”는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지자 친박 의원들의 분위기는 달라졌다고 한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14일 청와대에서 단독 회동한 이후엔 친박계는 더욱 신중해졌다. 친박계가 개각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면 14일 회동과 관련해 친이계가 박 전 대표를 오해할 수도 있다고 봤기 때문에 그런 처신을 한 것이다.

친박계 중진인 허태열 의원은 “모처럼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사이에 화해 무드가 조성됐는데 우리가 이를 흐릴 필요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현 의원이 “할 말이 없다”고 한 건 이미 낙마한 김 전 후보자의 문제를 꼬집을 경우 이 대통령의 인사를 야유하는 걸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 한 재선 의원은 “ 대권 주자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게 이번에 확인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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