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협, 학원가 ‘커트라인’ 수시배치표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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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입시학원들이 다음 주 시작되는 대학 수시모집에 맞춰 학교·학과 배치참고표(수시배치표)를 배포하자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부정확한 정보를 담고 있다”며 이례적으로 실태조사에 나섰다. 배치표 배포를 계속 방관할 경우 학생 선발권이 침해될 뿐 아니라 수능점수에 의한 대학 서열화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대학들의 우려가 반영된 조치라는 해석이다.

대교협 양정호 입학전형지원실장은 30일 “입시학원의 수시배치표는 부정확한 입시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수험생과 학부모가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조만간 교육과학기술부와 논의해 대응책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교협은 현재 시중에 공급된 입시학원들의 수시배치표가 30여 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 배치표는 지원 가능 대학과 학과를 학교생활기록부와 모의고사 성적을 근거로 지정해주는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각 대학 학과에 지원할 수 있는 수능·내신 수준을 ‘최소학력기준’이나 ‘합격포인트’ 같은 표현을 써서 제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같은 배치표가 성적 외에 학생의 다양한 자질을 보려는 수시전형 취지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예를 들어 논술과 면접 반영률이 높은 전형의 경우 내신성적이 많이 떨어져도 얼마든지 역전이 가능하다. 그러나 배치표만을 참고할 경우 무조건 일정 점수가 안 되면 지원할 수 없는 것처럼 오해할 소지가 있다는 게 대교협 측 설명이다.

한양대 오성근 입학처장도 “논술 위주 전형의 경우 내신 4등급 지원자는 붙고 내신 1등급 학생은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며 “학생부 반영 비중이 높은 학업우수자 전형 지원자가 아니라면 배치표를 참고하는 게 오히려 혼란만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입시학원들은 배치표가 단순 참고자료에 불과한데도 대교협이 지나치게 과민반응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배치표가 전년도 합격자 점수를 기준으로 작성돼 단순히 참고자료로만 활용하기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박유미·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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