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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물 무력충돌’ 1950년 이후 37차례…아프리카 7개국은 나일강 둘러싸고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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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국경을 넘나드는 하천, 즉 국제 공유하천은 세계적으로도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수자원 확보 경쟁의 불씨가 되기도 하고, 수해 원인을 둘러싸고 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전 세계에는 260여 개의 국제 공유하천이 있다. 특히 세계적인 대하천은 대부분 공유하천이다. 공유하천으로 인한 대표적인 갈등은 이스라엘과 주변 중동국가들이 요르단강을 두고 벌이는 다툼이다. 미국 오리건 주립대 연구팀에 따르면 1950년 이후 물 문제를 두고 실제로 무력 충돌이 벌어졌던 사례 37건 중 32건이 중동지역에서 일어났다. 이 중 30건은 이스라엘과 주변 국가들 사이에서 벌어졌다.

‘6일 전쟁’으로 불리는 1967년의 제3차 중동전도 발단은 물 문제였다는 분석이 있다. 시리아가 골란고원에 댐을 건설해 이스라엘의 최대 수자원인 갈릴리 호수로 들어가는 물길을 차단한 것이 원인이었다. 이스라엘은 무력을 동원해 골란고원을 점령했고 81년 일방적으로 병합했다. 지금도 이스라엘 국민의 1인당 물 사용량이 요르단강 서쪽 팔레스타인인들의 네 배에 이르는 등 극심한 격차로 인해 긴장은 계속되고 있다.

9개 나라에 걸쳐 있는 나일강을 두고도 갈등이 심하다. 영국 식민지 시대인 29년에 체결된 조약에서는 이집트가 나일강 상류 수자원을 거의 모두 사용하도록 했다. 또 59년 조약에서는 이집트가 나일강 물의 75%를, 수단이 나머지를 사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올 5월 나일강 상류에 있는 우간다·르완다·탄자니아·에티오피아·케냐 등 5개국이 수자원의 동등한 배분을 요구하고 나서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메콩강을 둘러싸고는 중국과 동남아국가, 인더스강을 두고 인도와 파키스탄, 유프라테스강을 놓고는 터키와 시리아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김익재 박사는 “국제 공유하천을 둘러싼 국제 갈등이 많은 것은 국제 하천 관리와 관련된 국제조약이 없는 데다 자국 이익을 지키는 데 유리한 원칙을 서로 주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상류에 있는 국가들은 자국 영토 내의 물은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절대영토주권주의나, 먼저 사용한 사람이 우선권을 갖는다는 선점우선주의를 주장한다. 반면 하류에 위치한 국가들이나 뒤늦게 수자원 개발에 뛰어든 국가들은 국가 간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상호개발원칙이나 인구 등 필요량에 따라 분배해야 한다는 수요 우선주의를 내세운다.

김 박사는 “남북한은 국가 간에 관측자료를 공유하고 방류량을 함께 결정하는 핀란드·러시아의 부옥시강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두 나라는 1991년 부옥시강 방류운영규칙에 합의했다. 상류에 위치한 핀란드가 홍수로 인해 사이마 호수의 수위가 평상시보다 1m 이상 상승하면 하류 러시아 쪽으로 방류량을 늘리고, 가뭄으로 인해 수위가 1m 이상 낮아지면 방류량을 줄인다는 내용이다. 만일 방류량 변화로 하류에 홍수나 물 부족 피해가 발생하면 핀란드 측이 배상책임을 진다.

특별취재팀 취재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사진 조용철 기자, 동영상 이병구 기자
취재 협조 국방부, 육군본부, 육군 제21·28사단, 한국수자원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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