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 새 당직자들, 한나라 방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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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오른쪽에서 둘째)가 5일 오후 염창동 당사를 방문한 열린우리당 정세균 원내대표와 악수를 하며 활짝 웃고 있다.조용철 기자

2월 임시국회는 사생결단식이었던 지난 연말 정기국회와는 확실히 다를 것으로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적어도 25일 여야 지도부가 한자리에 모여 주고 받은 '경제 살리기'다짐만 놓고 보면 그렇다.

이날 오후 열린우리당 정세균 원내대표가 신임 인사차 염창동 한나라당 당사를 방문했다. 원혜영 정책위의장.김부겸 원내수석부대표 등 신임 당직자들이 동행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정 대표에게 "경제 전문가이시고 실용적인 생각을 하시는 분이 여당 원내대표가 되셔서 기대가 크다"고 환영 인사를 건넸다.

박 대표는 "대통령께서도 민생경제를 잘 챙기시겠다니 김덕룡 원내대표와 함께 생산적인 국회를 만들어 달라"며 "국민들은 먹고사는 문제로 힘이 드는데 정치권이 이념 같은 것만 다루면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덕룡 대표도 "정 대표가 인용한 '고어지사(枯漁之肆.먼 곳의 물로 눈앞의 갈증을 풀지 못한다)'란 말에 공감한다"며 "'상선약수(上善若水.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란 말처럼 물 흐르듯이 순리에 따라 상생의 정치를 해내자"고 말했다.

이에 정 대표는 "여야 모두 국민을 위해 정치하는 것이고 다만 방법에 이견이 있는 것"이라며 "서로 간격을 줄여나가 국민을 편안케 하겠다"고 화답했다. 그는 또 "과거 IMF 위기를 극복할 때 여야 정책협의회를 통해 야당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앞으로 웬만한 일은 원내대표 회담보다는 양당 정책협의회로 넘기자"고 제안했다. 원 의장과 한나라당 박세일 정책위의장은 여야 정책협의회를 정례화하고 민생현장에 여야 의원들이 함께 방문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즉석 합의했다.

미묘한 대목도 있었다. 정 대표가 "지난해 연말에 한나라당이 1승을 거뒀으니 이번엔 저희에게도 기회를 주시라"며 농반진반으로 야당의 협조를 부탁하자 박 대표는 "저는 승패의 관점에서 생각하지 않는다"며 비켜갔다.

한나라당 김무성 총장은 "여당이 지는 게 이기는 것"이라고 응수해 웃음이 터졌다.

김정하 기자 <wormhole@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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