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손민호 기자(ploveson@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거문오름 분화구 내부를 걷다 보면 수시로 만나는 곶자왈. 바위 위에 뿌리를 내려 곶자왈의 나무는 늘 휘어져 있거나 가늘다.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거문오름 정상코스 제1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제주 중산간지역 모습. 사진 아래 짙푸른 녹음이 거문오름 능선이다.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모두 자연유산 해설사 코스를 이수한 전문가입니다. 거문오름을 둘러싼 역사는 물론이고, 온갖 꽃과 나무 이름, 지질학적 현상까지 공부를 마쳤습니다. 외국어가 되는 해설사도 여럿입니다.”
용암협곡에 내려가서.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용암협곡입니다. 제주에서 가장 긴 용암협곡입니다. 거문오름 굼부리(분화구)에서 흘러나온 용암이 협곡을 따라 14㎞ 떨어진 용암동굴 지대까지 흘러 내려갔습니다.”
바로 여기가 거문오름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 된 증거가 되는 장소다. 화산 폭발로 거문오름이 생겼고, 거문오름에서 흘러나온 용암으로 만장굴·김녕굴·용천동굴도 생겼다. 그러니까 거문오름은 제주 용암동굴의 자궁이다. 김 이장이 협곡 바위에 맺힌 이슬방울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서 나오는 물은 30년 전의 물입니다. 오랜 세월 땅 속에 스며 있다가 해안에 가까워지면 물이 이렇게 지상으로 나옵니다. 제주도 물이 특별히 좋은 이유입니다.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지요.”
이끼 천국인 거문오름 내부.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곶자왈이어서 그럽니다. 모르는 사람들이 곶자왈을 제주도의 원시림 정도로 설명합니다. 곶자왈은 숲을 뜻하는 ‘곶’과 자갈을 뜻하는 ‘자왈’이 합해진 말입니다. 그러니까 자갈 더미 숲이란 뜻이지요. 저기 보세요. 죄다 자갈밭이잖습니까. 그 돌 위에 흙이 덮였고 그 흙 위를 지금 걷고 있는 겁니다. 여기에 있는 돌은 물론 화산 폭발로 인해 생겼지요.”
김 이장이 가리킨 곳은 온통 바위투성이였다. 놀라운 건 그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나무들이었다. 바위를 뚫고 뿌리를 내릴 수 없어 여기의 나무 뿌리는 바위를 감싸고 있거나 흙 위에 드러나 있었다. 일부러 조성한 삼나무가 아니면, 곶자왈의 나무는 한결같이 기울어져 있거나 굴곡이 심했다. 김 이장은 “다른 데에서 1년이면 자라는 나무의 키가 여기에선 3년이나 걸린다”고 덧붙였다.
풍혈도 있었다. 바람구멍이라고 해서 여름엔 시원한 바람이, 겨울엔 따뜻한 바람이 바위 사이에서 나오는 지형이다. 풍혈 입구는 사시사철 기온 11도를 유지한다. 뭍에도 풍혈로 유명한 지역이 몇 군데 있는데, 모두 화산 활동과 관련이 있다. 35m 깊이의 수직동굴, 용암과 함께 분출됐다가 바위에 그대로 박힌 화산탄도 거문오름에서만 볼 수 있는 화산 지형이다.
일본군 동굴진지.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거문오름에서 발견한 뜻밖의 인기척은, 일본의 것이었다. 태평양전쟁이 끝나갈 무렵 일본군 6000여 명이 이 거문오름 안에 기어들어와 주둔한 적이 있었다. 연합군과의 마지막 일전을 대비하기 위해 이 오지로 숨어들었던 것이다. 그 흔적이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다. 일본군 진지와 주둔지, 그리고 병참도로 터까지. 전국 어디를 가도 일제의 잔재가 남아 있다.
거문오름은 희귀식물의 보물창고다.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탐방 안내 거문오름 탐방은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최소 이틀 전에 예약을 마쳐야 한다.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 30분마다 출발하니까, 하루에 일곱 번 출발하는 셈이다. 하루 탐방 인원은 300명. 등산 스틱을 사용할 수 없고 비가 와도 우산을 쓸 수 없다. 음식은 식수만 허용된다. 탐방 코스는 두 가지다. 세 시간 가까이 걸리는 분화구 코스와 두 시간 가까이 걸리는 정상 코스. 분화구 코스에만 자연유산 해설사가 동행한다. 탐방안내소부터 태극 모양으로 이어진 분화구 코스와 정상 코스를 모두 걸으면 10㎞ 거리다. 입장료ㆍ주차료 무료. 거문오름 탐방안내소. 064-784-0456.
비용 전액 지원, 거문오름 체험단 모집합니다
week&이 보도한 거문오름을 탐방할 체험단을 모집합니다. 탐방 일정은 9월 15∼16일이며 인원은 40명입니다. 9월 2일까지 생태관광 홈페이지(www.eco-tour.kr)에 접속해 신청양식을 작성하면 체험단을 선정, 9월 6일 생태관광 홈페이지와 블로그(koreaecotour.blog.me)에서 발표합니다. 체험단으로 선정되면 체험비용 전액을 지원하며, 생태관광 블로그에 탐방 후기를 작성해야 합니다. 탐방 일정은 추후 공지하며 행사 진행 상황에 따라 변동이 있을 수 있습니다. 생태관광 운영사무국 02-542-4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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