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가치 15년 만의 최고치 … 일본 정부, 개입 가능성 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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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세계 경제에 더블딥 경보가 켜지면서 엔화 값은 고삐가 풀린 듯 치솟고 있다. 일본 정부도 결국 직접 개입을 시사하고 나섰다.

24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엔화가치는 장중 한때 83.57엔까지 올랐다. 1995년 이후 15년 만의 최고치다. 엔화 값은 이날 유로화에 대해서도 장중 한때 2001년 이후 최고치인 유로당 105.44엔까지 뛰어올랐다.

일본의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엔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세계 경기불안에 투자자들이 ‘상대적인 안전자산’인 엔화로 몰리고 있는 탓이다. 또 ‘미국의 금융완화 정책→미국 금리 하락→미·일 금리격차 축소’로 이어지는 연쇄반응이 일본으로의 자금이동을 촉진시키고 있다. 여기에 환투기 세력이 더해질 경우 엔고 압력은 한층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구두개입으로만 일관하던 일본의 움직임도 부산해졌다. 25일 오전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재무상은 “최근 엔화 움직임은 일방향적”이라며 “필요할 때 적절한 대응을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외환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던 종전의 발언에 비해 강도를 한층 높인 것이다. 일본이 외환시장에서 엔을 풀고 달러를 사들이는 직접 개입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값은 소폭 하락해 달러당 84엔대에서 움직였다.

하지만 시장에선 개입의 효과에 대해선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시장에 확실한 메시지를 주고 개입 효과를 증폭시키기 위해선 국제공조가 절실하다. 하지만 미국·유럽 등이 시큰둥하다. 경제가 주춤거리는 상황에서 수출에 도움이 되는 자국통화 약세를 굳이 되돌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 중국에 위안화 절상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을 돕는 것도 어색한 상황이다.

결국 일본의 단독개입이 유력하지만 ‘반짝 효과’에 그칠 경우 뒷수습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게 딜레마다. UBS는 최근 스위스 중앙은행이 통화강세 방어에 나섰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일본의 개입이 전혀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당장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되는 건 일본은행이 돈을 더 푸는 것이다. 이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일본은행이 금융사에 0.1%의 금리로 빌려주는 자금의 규모를 기존 20조 엔에서 30조 엔으로 확대하고 대출기간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중에 엔화 공급을 늘려 엔화의 가치를 끌어내리겠다는 시도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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