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뉴스] '지율 스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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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우린 밥만 먹고 사는 게 아니라

사계절도 먹고 살지요.

계절은 피부로, 마음으로,

눈과 코로 마시지요.

누군가 말했어요.

살림살이는 비록 구차하지만

사계절이 있어 풍성하다고요."

전우익님의 수필

'사람이 뭔데'의 일부입니다.

지율 스님은 오늘도 밥 대신

천성산의 사계절을 먹는다죠.

철쭉으로 분홍빛 물든 봄

꽃과 나비 날아드는 여름

억새로 뒤덮인 가을

칼바람이 달빛에 잠드는 겨울.

이곳에 터널을 만들면

철길 뻥 뚫리는 만큼

콱 막히는 생명도 생긴데요.

"내가 마르는 것 말고

우리 강산이 마르는 걸 보세요."

스님은 이 말을 남기곤

연락을 끊었답니다.

*천성산 고속철도 터널 공사 중단과 환경 재평가를 요구하며 단식을 계속해온 지율 스님이 행방을 감췄다.

홍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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