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올 15개 대회서 ‘톱10’ 12번에 우승은 0 … 김송희가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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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김송희(22·하이트·사진)가 또다시 정상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23일 오전(한국시간) 끝난 LPGA투어 세이프웨이 클래식에서 공동 4위(8언더파)에 그쳤다. 11번 홀에서 공동 선두까지 치고 올라갔으나 이후 뒷심 부족으로 와르르 무너졌다. 이번 대회를 포함해 김송희는 올 시즌 15개 대회에서 12번이나 ‘톱10’에 들었다. 꾸준하고 견고하게 플레이하고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최종일 무너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미야자토 아이(일본)가 14개 대회에서 7번 톱10에 들었고, 이 가운데 5차례 우승한 것과 비교된다.

김송희는 평균타수, 라운드당 평균 버디 수 등 대부분의 기록에서 LPGA 상위권에 올라 있다. <표 참조>

우승을 하지 못한 것만 빼고 김송희는 거의 전 부문에서 미야자토를 능가한다. 1m72cm의 신체조건과 그에 걸맞은 롱게임, 정교한 쇼트게임 능력도 지니고 있다. 특히 아이언샷이 좋다는 것은 큰 무기다. 김송희는 방향성과 거리가 정확할 뿐만 아니라 여자 선수들 중에는 드물게 강한 스핀을 먹여 공을 세울 능력이 있다. 프로 골퍼들은 그린적중률이 성적과 직결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2007년 LPGA투어 진출 이후 아직 우승이 없다. 뒷심 부족과 우승에 대한 중압감을 극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샷을 앞두고는 표정이 어둡고 실수가 자주 나온다. 이번 대회에서도 김송희는 11번 홀에서 미야자토와 공동 선두로 올라섰지만 13번 홀에서 3퍼팅으로 보기를 하면서 흔들리더니 14번, 16번 홀 연속 보기로 우승 경쟁에서 탈락했다.

‘새가슴’ ‘톱10 전문’이라는 꼬리표를 언제쯤 떨쳐낼 수 있을까. 기술적인 요인보다는 자신감 회복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김송희는 L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한국 선수들 사이에서 ‘우승 맛을 보면 가장 무서워질 선수’로 꼽힌다. 신지애의 아버지 신제섭씨는 “아직 우승하는 방법을 몰라서 그렇지 샷만 놓고 보면 최고다. 우승하면 무섭게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송희 자신은 “큰 문제가 없는데 전체적으로 연결이 안 된다. 첫 우승으로 하루빨리 자신감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J골프 박원 해설위원은 “우승을 눈앞에 두고 좌절한 나쁜 기억을 빨리 지워버리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면서 김송희는 우승을 못 하기에는 실력이 너무나 좋다”고 말했다.

문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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