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증시결산]코스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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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코스닥 시장은 올해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4월 이후 정보기술(IT)경기 회복 지연으로 주가가 급락한 데다 불공정 거래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투자자들이 시장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22일 연중 최고치인 94.30포인트를 기록한 코스닥지수는 지난 10월 11일 사상 최저치인 43.67까지 떨어졌다. 7개월도 채 안돼 53%를 까먹은 셈이다. 지난 27일 마감지수 46.28은 사상 최고치 283.44(2000년 3월 10일)에 비해 84%나 떨어진 것이다.

거래소 시장과 비교하면 성적이 더욱 초라하다. 연초 이후 지난 27일까지 종합주가지수는 5.3% 하락하는 데 그쳤지만 코스닥지수는 35.9%나 떨어졌다.

2000년 2월 14일 6조4천2백10억원을 기록했던 코스닥시장 거래대금은 지난 10월 7일엔 3천7백억원까지 떨어졌다. 등록된 벤처기업 가운데 적자를 기록한 곳은 지난해 상반기 30%에서 올 상반기에는 40%로 늘었다. 또 올 들어 9개사는 부도를 내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됐다.

이런 가운데 코스닥 등록을 일종의 머니 게임 수단으로 삼는 부도덕한 대주주들의 각종 불공정 거래 사건이 꼬리를 물었다.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14개 등록기업의 전·현직 대표이사가 주가 조작·시세 조종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지난 8월에는 대주주·사이버 애널리스트·증권사 지점장들이 가담해 주가를 조작한 델타정보통신 계좌 도용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내년 말까지 문을 닫을 예정인 독일 기술주시장 '노이어 마르크트'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극단적인 우려까지 한때 제기됐다.

이처럼 위기감이 높아지가 코스닥위원회는 다급해졌다. 최근 퇴출에 적용하는 최소 주가 기준을 내년 7월부터 액면가의 20% 미만에서 30% 미만으로 올리는 등 퇴출을 보다 쉽게 하는 방향으로 각종 제도를 고쳤다. 부실 기업을 솎아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한편 지난 1년간의 어려움이 코스닥 시장에 되레 약(藥)이 됐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다.

한화증권 민상일 연구원은 "2000년 벤처 붐과 '묻지마 투자'가 불러온 코스닥 거품이 올해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SK증권 현정환 연구원은 "올해 수익 모델이 탄탄한 인터넷 기업들의 주가가 많이 올랐다"며 "앞으로 코스닥에서 우량주·비우량주의 주가 차별화가 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재식 기자

angelh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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