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 화제의 외국인 성직자2제]"원불교 가르침 독일에 전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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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 16일 출가식을 통해 원불교 성직자가 된 독일인 원법우(독일명 패터 스탐나우·46) 교무를 만났을 때 '하필 원불교였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그의 답은 이랬다. "불교 교리가 진실이 아니라는 말은 아닙니다. 불교의 진리는 예나 지금이나 그대론데, 오랜 세월을 내려오면서 진리보다 의식이 더 커졌다는 인상이 강했어요. 독일인은 실용적인 면을 소중히 여긴답니다."

실천불교로서의 원불교에 끌렸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한국어가 서툰 입장에서 어떻게 원불교를 공부했을까. 원교무는 원불교와 인연이 닿기 전부터 불교를 많이 알고 있었다고 한다.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가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 등을 읽어주었기 때문에 그는 동양적인 자양분을 많이 섭취하며 성장한 셈이다. 그러다 1990년에 독일 유학 중이던 원불교 교도 봉현철 현 전북대(경영학)교수를 만나면서 원불교의 매력에 심취했다. 봉교수를 만난 자리에서는 자연히 동양철학이 화제가 됐고, 원교무가 어떤 의견을 내놓으면 봉교수는 "우리 원불교도 그런데…"라고 화답했다고 한다.

"그 당시 독일인들에게 나의 정신세계를 이야기하면 그저 멀뚱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기만 했어요. 많이 외로웠습니다. 그런 가운데 나의 세계를 이해하고, 나의 정신과 매우 닮은 동양인을 만났으니 얼마나 반가웠겠습니까."

그러다 독일 유학 중이던 아내 이혜경씨를 1987년에 만나면서 원교무의 공부가 본격화된다. 독일어로 번역된 원불교 경전을 공부하는 외에 원교무는 수시로 한국을 드나들며 아내의 통역으로 원불교 내 어른들을 찾아 '개인교습'을 받았다. 머리로 배운 교리를 '마음화'하는 작업이었다.

원교무가 근무하게 될 레겐스부르크 교당은 뮌헨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다. 현재 독일인 50여명이 출석 중인 이 교당은 원교무 부부가 거처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원교무는 그곳에서 현지인들에게 원불교의 가르침을 전하게 된다.

"독일인에게 필요한 것은 마음의 빈곤을 해결해주는 것입니다. 독일의 현실은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라는 원불교의 가르침이 딱 들어맞습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했어요. 한국문화를 그대로 전하기보다는 제가 적절히 소화시켜 전할 것입니다. 열린 맘으로 독일인들에게 다가가 원불교가 서양 문화권에서도 보편 종교로 성장하도록 돕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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