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의 수비는 공격"… 배후를 찌른 흑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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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장면 1

속기대회인 KT배 마스터즈프로기전.23일 벌어진 서봉수9단(백)과 이세돌3단의 16강전이다. 국면은 쌍방 견실하게 짜인 전쟁의 조짐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다만 흑엔 상변 백진 속의 흑들을 수습하는 게 과제로 던져져 있다. 이3단의 수습책은 무엇이었을까.

#장면 2

이세돌3단은 놀랍게도 흑1로 육박해 백의 배후를 위협했다. 좌변을 키우며 반응을 살핀 수. 서봉수9단이 즉각 백2로 삭감하자 이번엔 3으로 파고들었고 백4엔 흑5의 통렬한 옆구리 가격으로 잔잔한 바둑판에 폭풍을 몰고왔다. 흑1이 놀라운 발상의 전환이라면 흑3,5 역시 상식을 뛰어넘는 치열한 수읽기의 산물이다. 그리고 순식간에 판을 전쟁터로 만들어버린 이 세 수는 이세돌 바둑의 원천인 뛰어난 상상력을 보여준다.

흑5에 백A로 젖히면 흑B로 절단당한다. 서9단은 B로 빠졌고 이3단은 C로 절단, 대접전이 벌어졌다. 이후 서9단의 실수가 겹쳐 이 부근의 전투에서 이3단이 단번에 우위에 서며 불계승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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