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O 대출 51조 돌파 <소규모 개인사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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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은행들이 개인사업자들에게 돈을 꿔주는 소호(SOHO:Small Office Home Office) 대출이 급증해 50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소호대출이 부동산업과 음식점·룸살롱·러브호텔 등 소비관련 비제조업에 집중되고 은행들의 밀어내기식 대출 경쟁으로 부실화 가능성이 있는데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25일 '시중은행의 소호대출 현황'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현재 소호대출 잔액은 모두 51조2천억원으로 지난해 말(34조6천억원)에 비해 48.2%, 16조6천억원이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중은행의 전체 대출금(3백21조원) 가운데 16% 정도를 차지하는 것이다.

은행들은 소호대출에 대해 별도의 분류 기준없이 자금용도에 따라 기업 또는 가계대출에 포함시키고 있다. 10월 말 소호대출 잔액은 기업대출 39조원(76.1%), 가계대출 12조3천억원(23.9%)으로 나뉘어 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22.8%) 보다 비제조업(77.2%)에 편중돼 있다. 비제조업 중에서는 도소매업(20%)·부동산업(18.6%)·음식숙박업(14.3%)·건설업(3.9%) 등의 순이었다.

한국은행 은행국의 최종호 과장은 "대기업들이 은행돈 쓰기를 꺼리고 가계대출도 급팽창해 한계에 이르자 은행들이 새로운 자산운용 돌파구로 소호 대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경쟁이 지나치다보니 엄격한 신용평가가 이뤄지지 못해 부실화 가능성에 노출되고 소비성·향락 업종 등으로 돈이 흐르는 문제점도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민·신한·하나·조흥은행 등이 소기업 대출 전담조직을 두고 소호 전용으로 새로 만든 대출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 은행들은 소호사업자의 경우 재무제표 등 신용상태를 파악할 객관적 평가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자체적인 신용평가 모형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복식부기 장부를 기록하지 않는 개인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가계형 소호 신용평가모형'을 지난 11월 개발해 소호 대출에 활용하고 있다.

소호는 '사무실의 소형화''가정의 사무실화'를 표방하는 고효율·저비용 사업구조로 미국 등 선진국에서 1990년대 초부터 각광받기 시작했다. 선진국에선 컴퓨터나 인터넷 등 첨단 통신기기를 활용한 재택근무형 사업이 주종을 이루고 있지만, 국내에선 무늬만 소호인 개인사업자가 많고 여기에 은행대출이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김광기 기자

kikw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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