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추모 행사’… 해경 경비정 동원한 강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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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 행사에 경비정 동원…. 그래 행복 하셨는가? DJ를 욕보이지 마라.”

22일 민주당 강기정(광주 북구 갑·사진) 국회의원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있는 ‘여러분의 한마디’ 코너에 올라 있는 글이다. 강 의원 측이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를 위해 전남 신안군 하의도를 방문하면서 해경 경비정과 군청 행정선을 이용한 것을 비난하는 글이다.

22일 민주당과 지역주민들에 따르면 강 의원과 당원 90여 명은 21일 하루 동안 신안군 하의도를 찾아 김 전 대통령의 생가와 큰바위 얼굴 등을 둘러봤다. 민주주의 발전과 남북 화해·협력에 노력한 김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고 추모하자는 취지에서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목포해경 소속 경비정 1척(50t급)과 신안군청 소속 행정선(15t급) 2척을 이용해 하의도를 다녀왔다. 목포해경 관계자는 “강 의원 측에서 2척을 요구했지만 해상 경비의 고유업무가 있어 경비정 1척만을 지원했다”며 “경비정은 (해안 경비 외에도) 도서민에게 위급상황이 발생하거나 행정 관계자들의 섬 지역 방문이 필요할 경우 지원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전남도청 관계자는 “행정선과 어업지도선은 조례에 명시된 규정에 따라 운항되는데 섬 지역에 행사가 있거나 관계 공무원들이 현장을 방문할 때 주로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목포와 하의도 사이에는 차를 실을 수 있는 철부도선과 승객만 타는 쾌속선이 하루 각각 2편씩 4편 운항되고 있다. 쾌속선의 정원은 150명이며, 행정선은 40여 명 정도 탈 수 있다.

현재 강 의원의 인터넷 홈페이지는 물론 포털 사이트에는 경비정과 행정선 동원을 비난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 있다. 도민 김성혁(36·전남 장흥군)씨는 “특정 정당 행사에 해경의 경비정까지 동원한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당초 신안군의 행정선만을 이용하려 했으나 당일 참여 인원과 고령자가 많아 경비정 지원을 요청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그는 “신안군과 해경에 공문을 통해 공식적으로 협조 요청했다”며 “참여자 대부분이 광주 지역에 거주하는 당 원로들, DJ와 생전에 인연이 있던 분들이었다”고 말했다.

광주=유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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