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펀드, 일본기업 지분 늘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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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일본 주요 기업들이 중국계 펀드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계 펀드가 주요 대주주가 된 일본 기업이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중국계 펀드 2개가 일본 증시에 보유 중인 자산 총액은 최소 5300억 엔(약 7조1000억원)에 달한다. ‘SSBT OD05 옴니버스 어카운트 차이나 트리티 클라이언츠’라는 펀드와 이와 비슷한 이름의 또 다른 펀드다. 이들 펀드가 10위 이내 대주주에 이름을 올린 기업만 34개 사다. 지난해 11개 사에 비해 크게 늘었다. 10위 이하의 주주는 유가증권 보고서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실제 투자기업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두 펀드 보고서엔 소재지가 호주 시드니로 돼 있다. 하지만 NEC나 닛토덴코 등 일본 기업들은 이름에 ‘차이나’가 들어간 이들 펀드를 중국계 자금으로 파악하고 있다. 후지쓰종합연구소도 중국의 국부펀드는 중국투자공사(CIC)와 중국 내 연금 등이 일본 등 세계 주요 기업에 분산 투자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중국이 CIC를 설립한 시기와 두 펀드가 일본에서 세력을 확장하기 시작한 시기가 겹친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중국 정부는 2007년 9월 자본금 2000억 달러의 CIC를 설립해 해외 투자 활성화에 나섰다.

아직까지 이들 중국계 펀드가 경영권에 간섭하고 있진 않다. 지분율이 2% 미만이기 때문에 순수한 투자 성격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니코코디얼증권의 다와다 쓰요시 연구원은 “경영권을 목표로 하지 않기 때문에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계 펀드가 지분율을 갈수록 높이고 있어 일본 기업들은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 스미토모 금속광산의 담당자는 “지금까지 회사 쪽에 아무 연락도 없지만 뒤에 있는 주주가 누구인지 신경 쓰이는 존재”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9번째 주주가 중국계 펀드다.

일본에선 의류업체 레나운, 가전전문마트 라옥스 등이 중국 기업에 인수합병되는 등 중국 자본이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아직 규모가 크지 않은데도 중국계 펀드의 움직임에 일본 재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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