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나우두 매너도 MVP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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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최초로 월드컵 본선에서 주심을 맡았던 김영주(45)씨가 명예롭게 심판복을 벗는다. 1992년 국제 부심, 94년 국제 주심 시험에 합격한 김씨는 대표팀간 경기(A매치)에 56차례 나섰고, 정확한 판정으로 '아시아 최고 심판'자리를 지켜왔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국제심판 정년(45세)을 맞아 은퇴하는 김씨에게 인증서(A매치 20회 이상 참가)를 주기로 했다.

한·일 월드컵 브라질-터키전 판정 논란 이후 언론과의 접촉을 극히 꺼려온 김씨를 만났다.

-브라질-터키전 판정에 대해 논란이 많았다.

"후반 42분 브라질에 페널티킥을 준 상황부터 말하자. 솔직히 당시 나는 루이장의 유니폼을 잡아당긴 알파이 오잘란이 페널티라인을 넘었는지 정확히 볼 수 없었다. 그런데 경기 전 부심들과 '페널티지역 밖에서 파울이 발생하면 그 자리에 있고, 페널티킥 상황이면 코너 깃대 지점으로 뛰어간다'는 약속을 했다. 내가 달려가면서 보니 엘살바도르 부심이 코너 쪽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있게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

-히바우두의 '할리우드 액션'에 경고를 주지 않은 것은.

"하칸 운살이 고의적으로 히바우두를 겨냥해 공을 세게 찬 것은 당연히 경고감이다. 하칸에게 옐로카드를 줬고, 이미 경고 한개가 있었기 때문에 퇴장시켰다. 부심도 '넘버 20(하칸) 코션(경고)'이라고 말했다. 히바우두는 상황이 다르다. 그는 어쨌든 피해자다. 페널티킥을 얻어내기 위해 심판을 속이는 시뮬레이션과는 다르다. 나중에 FIFA 기술위원회에서 히바우두에게 벌금을 내린 것은 페어플레이 정신에 어긋났다고 해서다. "

-어쨌든 이후 경기에 배정받지 못했다.

"경기가 끝난 뒤 심판감독관이 내게 '잘했다'고 칭찬했다. FIFA 기술위원회에서 심판 36명에게 질의한 결과 모두 내 판정이 옳았다고 답했다. 다만 국민들과 언론의 비난이 쏟아지자 FIFA측에서 부담을 느꼈던 것 같다. 지금도 그런 상황이 오면 똑같은 판정을 내릴 것이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는.

"호나우두다. 그는 심판 판정에 항의하는 법이 없다. 경기를 앞두고는 철저하게 몸을 풀고 준비를 한다. 심판에게 다가가 싱긋 웃으며 악수를 하는 등 '밉지 않은'짓도 잘 한다. "

-후배 심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한국 심판의 수준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렇지만 끊임없이 연구하고 몸관리를 하지 않으면 금방 도태된다. 국제 무대에서 활약하기 위해서는 영어가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심판은 명예를 먹고 산다는 점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중국 쪽에서 몇 가지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돈을 벌면 'FIFA 하우스'같은 걸 만들고 싶다. 국제심판들이 모여 교류하고 정보를 나누며 휴식하는 공간이다. "

정영재 기자

jerry@joongang.co.kr

<김영주 심판 프로필>

1987년 심판 입문

92년 국제부심 자격 획득

94년 국제주심 자격 획득

98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참가

2001년 월드컵 북중미·아시아 최종예선 주심

2002년 월드컵 본선 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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