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스 佛서 망신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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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국제 금융가의 황제''세계 헤지펀드 업계의 대부' 등으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72·사진)가 체면을 구겼다. 주식 내부자 거래 혐의로 지난 20일(현지시간) 프랑스 법원에서 2백20만유로(약 27억원)의 벌금을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법원은 그가 1988년 내부정보를 이용해 프랑스의 대형 은행인 '소시에테 제네랄'주식을 대량으로 매입, 2백20만유로의 부당 이익을 챙겼다고 판결하고 같은 액수의 벌금을 부과했다.

국영은행이었던 소시에테 제네랄 은행은 87년 에두아르 발라뒤르 당시 총리가 이끌던 우파 정부에 의해 민영화됐으나 이듬해 들어선 프랑수아 미테랑의 좌파 정부는 다시 이를 국유화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소로스는 당시 재무장관의 보좌관 등으로부터 관련 정보를 받아 주식매매를 했다는 혐의를 받아왔다. 소송은 88년 시작됐지만 유럽 각국으로부터 받은 정보들의 보안문제로 인해 판결까지 무려 14년이 걸렸다. 소로스의 변호인은 재판이 지연된 것을 두고 유럽연합(EU)의 인권협정을 위반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지금까지 혐의를 부인해 온 소로스는 판결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며 항소할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법정에서 "나는 한평생 주식거래를 해왔기 때문에 어떤 것이 내부자 거래인지 잘 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한편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는 소로스에 대한 벌금부과 소식을 전해듣고 "이번 판결은 그가 도덕성이 없다는 증거"라며 반긴 것으로 전해졌다. 마하티르 총리는 소로스가 97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일으킨 장본인이라고 주장해왔다.

한편 소로스의 최근 동향과 관련, 미국의 경제주간지인 비즈니스 위크(BW)는 약 3주 전부터 그가 자신이 설립한 퀀텀펀드 등을 다시 직접 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2000년 4월 퀀텀펀드가 대규모 손실을 낸 후 소로스가 동료인 줄리언 로버트슨에게 펀드 운용을 맡긴 지 2년여 만이다.

그의 한 측근은 "소로스가 70대에 들어선 마당에 더 이상 도박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곤 했으나 이는 진실이 아니다"며 "소로스는 그 어느 때보다 돈 버는데 힘을 쏟고 있다"고 했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sims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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