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자산 30% 가계에 대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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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시중은행들이 전체 자산의 30% 이상을 가계대출로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업대출은 24.7%로 가계대출보다 33조원이나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은 지난 9월 말 현재 9개 시중은행이 전체 자산(5백60조5천억원)의 30.6%인 1백71조2천억원을 가계에 빌려준 것으로 집계됐다고 22일 밝혔다. 가계 대출 비중은 외환위기 이전인 1997년 9월의 16%에 비해 배 가까이 높아졌다.

반면 기업 대출은 지난 9월 말 현재 1백38조3천억원으로 시중은행 전체 자산의 24.7%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특히 대기업 대출 비중은 4.6%(25조6천억원)에 그쳐 외환위기 이전(11%)보다 크게 줄었다. 중소기업 대출 비중은 20.1%(1백12조7천억원)로 외환위기 이전(18.9%)보다 약간 늘었다.

예금은행 전체로는 가계 대출이 2백10조2천억원에 달해 원화대출의 47.6%, 총자산의 24.7%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은은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하면서 은행 대출을 줄인 반면 부동산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의 은행 빚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대출 확대가 내수에 불을 지펴 경기회복에 기여한 측면도 있지만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이 늘어난 점은 위험 요인"이라며 "은행들은 담보로 잡은 집값이 떨어지면서 가계대출이 부실화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은은 주택자금 대출의 만기를 길게 해 서민들의 빚 부담을 덜어주고 중소기업 대출을 장려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2일 '가계대출과 소비의 관계 분석'이란 보고서에서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이 경기 전반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가계대출이 억제되면 소비증가율이 둔화하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은행들이 남는 돈을 기업에 빌려줘 기업의 자금 사정이 좋아지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KDI는 지난 14개월간 상환액이 발행액보다 많았던 회사채가 지난달 1조5천억원 가량의 순발행으로 돌아선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주정완·김영훈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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