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허가 때 무소불위 권력 ‘비리 몸통’ 지자체 위원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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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가 행정의 전문성과 공정성·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도입한 각종 위원회가 ‘비리의 몸통’으로 변질되고 있다. 각종 사업 인허가에 관한 한 막강한 권한이 제도적으로 보장돼 있어 업체들의 로비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경기도 파주교하신도시 복합커뮤니티센터 입찰비리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연면적 2만1850㎡의 시설에 입주민을 위한 각종 시설물을 짓는 공사의 입찰과정에서 건설사가 심의위원회 위원에게 수억원의 돈을 건넨 ‘뇌물 사슬’이 들통난 것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 지자체에는 무려 1만7754개의 위원회가 운영되고 있다. 지난 5월 국민권익위원회는 지자체·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위원회 제도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여 ▶위원 선정 및 위원회 구성의 공정성 ▶위원의 청렴성 확보 ▶위원회 운영의 공정성 ▶이해관계인의 권익구제 강화 등 4가지 항목에서 13가지 문제점을 밝혀냈다.

위원회의 이 같은 문제는 지자체의 각종 사업을 심의·의결하는 과정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구조 탓이다

지방자치법시행령에는 위원회의 설치요건·구성·존속기한에 대해서만 명시되어 있을 뿐 권한에 대해서는 한계를 긋지 않았다. 자치단체장이나 관련 공무원의 요구대로 사업 심의를 하거나 위원들의 위원회 중복 위촉으로 효율성과 공정성이 결여된 것도 위원회 문제점을 키우는 이유다. 위원들이 수당이 적다는 이유로 형식적인 심의를 하는 경우도 흔하다.

금창호 행정학 박사(한국지방행정연구원)는 “위원회 운영에 대한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비리에 연루됐던 위원들은 향후 몇 년간 해당 지자체 위원회에서 활동할 수 없게 하는 등의 제재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은화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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