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IC카드가 바꾼 ‘베이징의 밤 문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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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국인들도 종종 찾는 중국 베이징(北京) 시내 C호텔 가라오케. 최근 이 업소 여종업원들은 하나같이 목에 IC카드를 걸고 출근하고 있다. 이 가게 주인은 “공안(경찰)의 요구에 따라 여종업원의 이름·나이·고향 등 신상정보가 들어있는 IC카드 착용이 의무화됐고, 이를 통해 출퇴근 사실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IC카드가 없는 종업원을 고용한 업체는 1~3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다.

IC카드를 목에 걸고 출근하는 유흥업소의 여종업원들은 베이징에서만 8만 명에 달한다. 그는 “단속 이전에는 한 달에 보름간 일하고 3만 위안(약 500만원)을 버는 고소득 여종업원들도 많았지만 엄격한 단속으로 가라오케·룸살롱 등 유흥업소에서 퇴폐 영업이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이 바람에 요즘에는 잘나가던 여종업들도 한 달에 1만5000위안을 벌기도 빠듯하다는 것이다.

중국의 ‘밤 문화’가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 매매춘·마약·도박 등 퇴폐 행위를 단속하는 ‘다황(打黃)’이 4개월 이상 계속되면서 생긴 변화다. 다황에 단속돼 처벌받은 사람들은 7월 이후 베이징에서만 2094명에 달한다고 중국 신경보(新京報)가 20일 보도했다.

한국인 등 관광객들에게도 주의보가 내려졌다. 교민 K씨는 최근 베이징의 밤 문화가 달라진 것을 실감했다. 오랜만에 베이징을 찾은 친구에게 “가라오케로 가 술 한잔 하자”며 넌지시 분위기를 띄웠다. 그러나 그 친구는 “베이징에서 가라오케에 가면 요즘 낭패를 본다고 여행사 가이드에게 주의를 받았다”며 “그냥 맥줏집이나 가자”고 말해 깜짝 놀랐다는 것이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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