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西무현 東회창' 표쏠림 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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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6대 대통령선거에서도 영·호남의 표쏠림 현상은 어김없이 재연됐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후보는 동쪽인 영남과 강원지역에서, 민주당 노무현(盧武鉉)후보는 서쪽인 전남과 수도권·충청권에서 압승했다. 한반도 지도가 동서로 양분되는 '동이서노(東李西盧)'의 싹쓸이 현상이 이번 선거에서도 나타난 것이다.

70% 가량 개표가 진행된 19일 오후 10시 현재 李후보는 한나라당의 지지기반인 부산·대구·울산과 경남북, 강원 등 6개 지역에서 盧후보를 눌렀다. 李후보는 부산 68.4%, 대구 79.3%, 경남·북에서 각각 68.6%, 73.9%의 높은 득표율을 보였다.

盧후보 역시 민주당의 기반지역인 호남에서 90%를 넘는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광주 95.1%, 전남 93.5%, 전북 91.5%를 얻어 압승했다. 李후보는 5∼6%대의 득표에 그쳐 한자릿수를 넘지 못했다.

盧후보는 대전·충남북에서도 李후보를 압도했다. 盧후보 측은 ▶자민련 이인제(李仁濟)총재권한대행이 李후보 지지를 선언하고▶투표 전날인 18일 심야에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대표의 전격적인 盧후보 지지 철회 선언으로 충청권 표를 잠식할 것으로 걱정했다.

하지만 뚜껑을 연 결과 盧후보는 대전과 충남북에서 모두 절반 이상을 득표, 45% 안팎을 얻은 李후보를 눌렀다.

盧후보 측은 "盧후보의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공약이 충청권 유권자의 표심을 파고들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盧후보는 또 최대 표밭인 수도권에서도 李후보를 따돌렸다. 전체 유권자의 절반에 육박하는 1천6백여만명이 몰려 있는 탓에 수도권은 이번 선거의 최대 승부처로 인식돼 왔다. 盧후보는 서울에서 51%를 얻어 45% 득표에 그친 李후보를 앞섰다. 경기와 인천에서도 절반 가까이 얻었다.

이번 선거는 15대에 이어 박빙의 승부전이었다. 李·盧후보는 1%안팎의 근소한 표차로 대접전을 벌이며 선두 각축을 벌였다. 초박빙의 접전이 펼쳐진 것은 선거구도가 李·盧후보 간 양자대결 구도로 압축됐기 때문이다. 중간지대가 없이 李·盧후보를 중심으로 정치세력이 양극화돼 박빙 대결이 격화됐다는 분석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의 '2강1중'구도로 치러진 15대 대선 때도 시소게임 끝에 金대통령이 불과 1.6%(39만표)차이로 신승을 거뒀었다.

군소후보 중에선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후보만 유일하게 4% 가량을 득표해 '1% 벽'을 넘었다.

부재자 투표함의 개표 결과에도 관심이 쏠렸다. 부재자는 전체 유권자의 3%에 육박하는 데다 93.7%의 높은 투표율을 보였었다.

부재자 투표함은 일반 투표함과 뒤섞여 개표됐기 때문에 부재자의 정확한 표심을 집계하기는 쉽지 않다.

각 정당과 선거·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부재자 투표에서도 7대3의 비율로 盧후보가 더 많은 표를 얻은 것으로 추산했다.

이정민 기자

jm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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