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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간 키워 온 '별들의 사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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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면

프로야구 선수 손혁(29·기아)과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에서 활약 중인 프로골퍼 한희원(24·필라코리아)이 7년 동안 다져온 우정을 아름다운 사랑으로 키워나가고 있다.

둘이 처음 만난 것은 7년 전이다. 당시 골프 꿈나무로 촉망받던 한희원이 손혁이 선수로 있었던 고려대 야구부 훈련에 합류해 체력훈련을 함께 했던 것이다. 둘은 처음 '오빠와 동생'으로 오누이처럼 지내다 정이 깊어져 이제는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본격 교제에 들어간 것은 지난해 봄. 손혁이 먼저 제의했고 머뭇거리던 한희원이 받아들이면서 우정이 사랑으로 싹트기 시작했다.

손혁과 한희원은 지난해 겨울 LPGA에서 활약하던 한희원이 일시 귀국했을 때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함께 보는 모습이 눈에 띄어 "연인 사이가 아니냐"는 얘기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왔다. 그러나 둘은 당시에는 교제 사실을 부인했었다. 서로가 '아직은 확신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시간이 좀 더 지나면서 둘은 서로에 대한 신뢰가 깊어졌고 상대를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하게 됐다. 그리고 이제는 중앙일보 지면을 통해 당당히 교제 사실을 밝히고 주위의 인정을 받으려 한다.

손혁은 공주고-고려대를 거쳐 1996년 LG에 입단했으며, 2000년 해태로 트레이드된 뒤 현재는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다. 98, 99년 2년 연속 10승 이상을 올려 안정된 선발투수로 인정받았으나 친정 LG에서 트레이드된 충격으로 한때 은퇴를 고려, 2000년 시즌에는 미국에 머물기도 했다. 그러나 2001년 국내 프로야구에 복귀, 기아에서 재기했고 올시즌에는 다섯경기에 나가 2승1패, 방어율 3.72를 기록했다. 프로 통산 성적은 30승22패. 소탈한 성격에 대인관계가 좋아 야구계에서 알아주는 '마당발' 가운데 한명이다.

손혁은 "만날수록 생각이 깊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모습이어서 마음이 끌렸다. 서로 운동을 이해하기 때문에 많은 도움을 주고받는다. 앞으로 영원히 곁에서 지켜주고 싶다"고 말했다.

93년 대청중 3학년 때 최연소 국가대표로 선발되며 혜성처럼 나타난 한희원은 아마추어 43승의 화려한 경력을 안고 97년 프로에 뛰어든 엘리트 골퍼다. 98년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신인왕, 2001년 LPGA 신인왕을 차지했고 올해 상금 50만달러로 상금랭킹 12위에 올랐다. 올시즌 2위 입상만 세번 기록하는 등 아쉽게 정상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지만 세계 정상을 눈앞에 둔 기대주다. 한희원의 부친 한영관(54)씨는 야구선수 출신으로 고려대 야구부 후원회 회장을 맡기도 했던 야구인이다.

아름다운 사랑을 가꿔가고 있는 둘이 훗날 결혼에 골인한다면 미국의 전설적인 골퍼 낸시 로페스(45)와 메이저리거 레이 나이트(50)를 연상케 하는 '수퍼 커플'이 된다. 낸시 로페스는 LPGA 통산 48승을 거둔 대선수며, 뉴욕 메츠의 3루수로 활약했던 나이트는 86년 월드시리즈 우승과 함께 MVP를 차지한 바 있다.

이밖에 저명 스포츠 커플로는 테니스의 앤드리 애거시(미국)-슈테피 그라프(독일)와 최근 결혼을 약속한 메이저리거의 노마 가르시아파라(보스턴 레드삭스)-미국 여자축구스타 미아 햄(워싱턴 프리덤) 등이 있다. 국내에는 안재형-자오즈민(탁구), 김택수(탁구)-김조순(양궁), 김세진(배구)-구나연(리듬체조)커플 등이 있다.

이태일 기자

pinet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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