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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수도 옮기면 투기장 된다" 盧 "現정권 부패 책임 묻겠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대통령 선거를 이틀 앞둔 17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얼굴(左))후보와 민주당 노무현(盧武鉉·얼굴(右))후보는 기자회견을 열고 막판 부동표 흡수에 총력을 기울였다. 李후보는 '급진-안정 선택론'을 펼쳤고, 盧후보는 'DJ(金大中 대통령)정권 실정 엄정 문책'을 약속했다.

<관계기사 3면>

◇이회창 후보=李후보는 충남도청 기자실에서 회견을 열고 "이번 대선은 불안하고 급진적인 세력에 나라를 맡기느냐, 안정되고 합리적인 세력에 나라를 맡기느냐의 선택"이라며 "국민이 냉정하게 판단해 줄 것을 간절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李후보는 "북한 핵 개발을 둘러싸고 위기의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으며, 피땀 흘려 이룩한 대한민국이 급진세력의 손에 무너질지도 모른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 공약에 대해 "수도 이전의 과실은 권력 실세들과 결탁한 외지의 투기꾼들에게 돌아갈 게 뻔하다"며 "결국 충청도는 땅 투기장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李후보는 충청 지역 발전을 위한 10대 비전을 밝히면서 "대전·충남 지역에 과학기술부·정보통신부를 옮겨 명실상부한 과학기술 수도로 만들 것이며, 대규모 첨단과학기술 특구로 지정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또 "권위주의의 상징인 청남대를 국민에게 환원할 것"이라면서 청남대 주변을 대규모 청소년 생태학습장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장항을 자유무역지역으로 지정▶안면도에 디즈니랜드 같은 테마 레저타운, 충북 지역에 한국판 유니버설 스튜디오 조성▶충북 오송을 바이오 산업수도로 육성 등의 공약을 제시했다.

李후보는 일선 파출소를 방문해 "대통령이 되면 경찰이 중립을 지키는 기관이 되도록 하겠다"며 "경찰이 일정한 범위 내에서 독자적인 수사권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후보=盧후보는 17일 새 정치 실천방안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김대중 정권의 부패와 실정에 책임있는 세력과 인사들은 응분의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盧후보는 "낡은 권위주의 정치행태를 극복하지 못하고 인사에 부당 개입해 국정 운영과 쇄신에 장애를 초래했던 인사, 부패와 관련있는 인사, 실정에 책임있는 인사들은 법적·정치적으로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이들이 새 정부의 국정에 참여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盧후보는 "선거 후 새 정치를 주도할 정치세력을 정비하고 민주당의 대대적 개혁과 본격적 정치개혁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과정에서 신당 창당도 적극 검토할 것"이라며 "당의 문호를 전면 개방해 도덕성·전문성을 지닌 새 인재로 당의 면모를 일신하겠다"고 밝혔다.

盧후보는 또 "야당을 국정 동반자로 삼아 협력하는 국민통합형 국정 운영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인사 문제와 관련, 그는 "전국적 인재들을 모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인사 대혁신을 단행할 것"이라며 "대선에 공을 세웠다고 해서 국정의 책임있는 자리를 나누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도권 유세에서 그는 "한나라당의 대결 노선과 달리 당선되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며 "표만 의식한 한나라당은 쾌적한 환경, 집값 안정을 이룰 행정수도 건설안에 대안을 내놓는 대신 국민 불안을 조성할 흑색선전만 펼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최훈 기자, 대전=남정호 기자

cho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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