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울타리 무너져 은행·보험사가 경쟁상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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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종합자산관리시장을 놓고 은행·보험사들과 경쟁하겠다. "

삼성증권 황영기(51·사진)사장이 내년 1월부터 주식약정을 직원 평가항목에서 완전히 빼는 등 이른바 '정도 경영'을 실천하겠다고 나서 증권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더 이상 주식시장의 영업 테두리에 안주해서는 미래가 없다고 판단해 이런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黃사장이 지난해 6월 취임하면서 약정 탈피 영업을 표방했을 때만 해도 업계의 반응은 "또 그 소리인가"였다. 하지만 ▶주식 회전이 아닌 고객자산의 총량으로 직원을 평가하고▶그에 따라 수익이 감소(내년 5백억원 예상)하더라도 직원들의 기본 처우는 개선하며▶자산관리와 투자은행·파생상품 부문 등에서 수익을 확충하는 등 구체적인 내년 사업계획을 공개하자 사정이 달라졌다. 금융계는 물론 삼성증권 직원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黃사장은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시장의 오랜 업무영역의 울타리가 급속히 허물어지고 있는 점에 주목한다. 그는 "내년 한 해 탐색기를 거쳐 후년부터는 은행·보험사들과 본격 경쟁을 펼치게 될 것"이라며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

또 하나 黃사장이 심혈을 기울이는 부문은 투자은행 업무다. 이미 삼성증권은 서울·조흥은행 매각작업에 주간사로 참여해 투자은행 부문에서 국내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들의 구조조정과 해외매각, 공기업 민영화 등 주요 투자은행 업무를 외국 금융기관들이 독식해왔지만, 이젠 시장을 점차 되찾아야겠다는 게 黃사장의 각오다.

黃사장은 내년 국내 증권업계는 큰 지각변동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주식 약정 부문의 과당 경쟁이 심해지는 가운데 ▶대형 증권사들은 삼성에 이어 종합자산관리의 틀을 강화할 것이며▶중소형 증권사들은 온라인-오프라인 증권사들간의 짝짓기 형태로 활로를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광기 기자

kikw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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