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전지' 日 추격전 가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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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휴대폰·노트북 등에 사용하는 재충전 가능한 2차전지를 놓고 한국 업체의 일본 업체 추격전이 뜨거워지고 있다.

현재 세계 시장은 산요·소니·마쓰시타·도시바 등 일본 업체들이 80%를,삼성SDI·LG화학 등 국내 업체가 18%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

2차전지 사업은 삼성·LG 두 그룹의 최고 경영진이 직접 나서 챙기고 있다.

삼성SDI는 올 4분기부터 내년 4월까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1천20억원을 투자한다. 이를 통해 천안공장의 생산능력을 현재 월 7백20만개에서 1천2백만개로 늘린다. 차세대 전지 개발을 위해서도 2005년까지 1천3백억원을 추가로 투자한다.

이 회사는 지난 5월 사업 시작 1년6개월만에 월 손익분기점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일본 선발 업체들은 평균 5년 정도 걸렸다.

삼성SDI 관계자는 "TFT-LCD와 2차전지 공급처가 같아 세트로 묶어 판매할 수 있어 수익성이 뛰어나다"며 "2005년에는 매출 1조원으로 세계 1위(23% 점유)로 올라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LG화학도 지난 3일 충북 청원군에 2차전지 종합공장을 기공했다. 2005년 완공 예정이며, 투자액은 2천억원이다.

이 공장이 준공되면 생산량은 현재 월 4백30만개에서 2005년 월 1천8백만개가 된다. 예상 매출은 7천억원. 이렇게 되면 일본 업체들을 제치고 세계 3위권으로 도약하게 된다.

LG화학 관계자는 "2006년부터는 전기자동차 등 중대형 2차전지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목표 아래 미국 콜로라도에 현지 연구소까지 설립했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전지 사업 개시 4년만인 올 하반기부터 흑자로 돌아섰다.

SKC도 올해 25만개 생산에서 내년 상반기엔 1백20만개 이상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초기 주요 고객은 그룹 계열사. 이를 통해 2005년 매출 1천억원을 돌파한다는 목표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술 개발 경쟁도 치열하다. 용량을 기존 2차전지보다 3~5배 늘리고, 값을 대폭 내리는데 연구력을 집중하고 있다.

삼성SDI는 기흥 중앙연구소에서 제일모직과 공동으로 니켈·망간을 반쯤 혼합하는 신소재를 개발 중이다. LG화학도 청주연구소에서 값비싼 음극재료인 인조흑연을 천연흑연으로 대체하기 위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차전지는 브라운관·D램·TFT-LCD에 이어 또 한번 한·일간 경쟁이 치열한 품목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국내 업체들의 수율이 90%에 달하는 등 수익성이 좋아 2005년에는 일본과 선두를 다툴 것"으로 전망했다. 장난감용 등 전체 2차전지의 올해 시장 규모는 1백31억달러로 D램 반도체(약 1백20억달러)를 넘어섰다.

김태진 기자

tj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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