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지난 이야기를 나누며 한잔 두잔 잔을 비워가는 사람들. 한해를 마무리한다며 직장 동료들과 술자리 차수를 바꾸며 거리를 방황하는 사람들. 다음날 속이 뒤집어지든 말든 아무런 생각이 없다. 동창회 등 송년 모임이 꼬리를 무는 12월에 들어서자 술독에 빠져서 지낼 남편의 모습이 눈에 선한 아내들은 벌써 걱정이 태산이다. 평소에 술을 즐기는 남편을 둔 아내는 해장국 끓이는 일이 대수롭지 않지만 일년에 한두번 심하게 취해 들어오는 남편을 둔 아내는 큰 일이다. "아무리 정성스럽게 끓여도 제 맛이 안난다.물만 부워 끓이면 될 줄 알았는데…, 쉽지 않다"며 푸념한다. 최근 『박종숙의 아침밥상』(쿠켄 출판사)을 펴낸 한식 요리전문가 박종숙(사진)씨의 도움말로 냉장고 안에 있는 재료로 후다닥 맛있게 준비하는 해장 음식 몇가지를 배워본다.
◇북어국
해장국의 으뜸은 북어국.통북어를 두드려 살만 발라 쓰는 게 좋지만 북어포를 이용하면 간편하다. 북어국은 구수하고 개운한 맛에 해독작용이 뛰어나 잔병치레를 많이 하는 아이에게 보양도 된다.
▶재료=북어포 1백g,물 7컵,달걀 2개,쪽파 10뿌리, 붉은 고추 반개, 다진 마늘·국간장·참기름 1큰술씩, 후춧가루·소금 약간씩
▶만드는 법=①북어포는 물에 살짝 담갔다가 건져 가볍게 물기를 짜낸다. ②달군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다진 마늘과 북어포를 넣어 충분히 볶는다. 보통은 참기름으로 볶는데 들기름을 쓰면 풍미가 훨씬 좋다. ③볶은 북어에 물을 붓고 국물이 뽀얗게 우러날 때까지 중간불로 끓인다. 북어 국물이 충분히 우러나면 국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④달걀을 풀어서 체에 걸러 알끈을 제거하고 쪽파는 3㎝로 잘라 달걀물에 섞은 뒤 북어국에 살며시 부어 한바탕 끓여낸다. ⑤붉은 고추는 반으로 갈라 씨와 속살을 긁어내고 곱게 채썰어 북어국에 얹어낸다.
◇김치 콩나물죽
콩나물과 새콤하게 익은 김치로 끓이는 김치 콩나물죽은 푸짐하고 얼큰해서 한끼 식사로도 손색없다.다른 죽보다 많이 먹게 되므로 넉넉히 쑤는 게 좋고 한끼 정도는 두었다가 먹어도 삭지 않는다.변비 예방과 피로 회복에도 효과가 있다.
▶재료=콩나물 1백g, 김치 1백50g, 불린 쌀 1컵, 참기름 1큰술, 멸치국물 10컵
▶멸치국물 내기=물(11컵)·국멸치(40g)·다시마(10㎝크기 1장)를 준비한다.멸치는 머리를 떼고 반으로 갈라 내장을 제거한다. 다시마는 젖은 행주로 흰 가루를 닦아낸다. 다시마·멸치에 물을 부어 끓이다가 다시마를 미리 건지고 멸치만 10분정도 더 끓인다. 국물을 낼 때 너무 센 불에 끓이면 멸치에서 쓴 맛이 우러나므로 약한 불에서 끓여 국물만 걸러 쓴다.
▶만드는 법=①쌀은 잘 씻어서 30분 정도 불려 건진다. ②콩나물은 꼬리를 떼고 쓰기도 하지만 숙취해소에 좋은 아스파라긴산이 많으므로 아주 긴 꼬리만 대강 잘라 쓴다. 덜 익었을 때 뚜껑을 열면 비린내가 나지만 처음부터 뚜껑을 열고 끓이면 비린내가 날아가 냄새가 나지 않는다. ③김치는 속을 적당히 털어낸 뒤 김치 국물을 대강 짜낸 다음 작게 송송 썬다. 속을 털어내지 않으면 죽이 지저분해지고,김치를 크게 썰면 먹기 불편하다. 김치에 고춧가루가 많으면 물에 살짝 흔들어 헹궈쓴다. ④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김치와 불린 쌀을 볶는다. 쌀이 익으면 멸치 국물을 붓고 센 불로 올려 한번 끓어오르면 약한 불로 줄여 끓인다. ⑤쌀알이 부드럽게 퍼져 죽이 2/3정도 완성되면 콩나물을 넣고 끓인다. 콩나물이 너무 익으면 물컹거리므로 부드럽게 씹힐 정도로 익힌다. 김치에 간이 돼 있어 따로 간을 할 필요는 없지만 부족하면 국간장으로 간을 한다.
◇감자 수프
평상시에 밥 대신 빵이나 우유로 아침을 해결하던 서양식 가정에 알맞은 해장 수프다.
▶재료=감자 4백g,양파 반개, 우유 2컵, 밀가루 2큰술, 생크림 1/4컵, 닭국물 3컵, 버터 4큰술, 베이컨 약간
▶만드는 법=①감자는 채썰고 양파는 얇게 썰어 물에 헹군다. 감자는 녹말기를 없애고 양파의 매운 맛을 빼는 것이다.②냄비에 버터를 녹여 양파를 볶다가 감자를 넣어 볶는다. 감자가 익으면 밀가루를 넣고 중간 불로 타지 않게 다시 볶는다. ③뜨겁게 데운 닭국물을 붓고 푹 끓여 믹서에 간다. ④다시 잘 저어가며 끓이다가 우유를 붓고 살짝 끓으면 생크림을 넣는다.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을 하고 살짝 볶은 베이컨을 다져서 얹어 낸다.
정리=유지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