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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장 찬 유인촌’말 돌 때 가장 속상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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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유인촌 장관 인터뷰에선 ‘현장’이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나왔다. “현장엘 자주 가고, 현장을 정확히 진단할 줄 알아야 문제의 실마리가 나온다”고 강조했다. 재임 기간 유 장관의 국내 출장 거리는 9만㎞가 넘는다. 서울-부산간을 108회나 왕복한 거리다. [오종택 기자]

일찍이 이토록 논란의 한복판에 머물렀던 문화부 장관이 있었던가.

퇴임을 앞둔 유인촌(59)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17일 만났다. 스타 출신의 장관인 덕에 대중의 관심이 몰린 면도 있었지만, 유 장관은 “전 정권 코드 인사는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아니면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낱낱이 공개할 수밖에 없다”는 발언 등으로 2008년 취임 초기부터 스스로 논쟁을 촉발했다. 이후에도 국회 청문회 욕설 파문, 회피 연아 동영상 고소 사건 등은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며 양촌리 김회장 둘째 아들이라는 친숙했던 이미지는 퇴색돼 갔다. 유 장관은 “‘완장 찬 유인촌’이라는 얘기가 나올 때 정말 속이 상했다”라고 토로했다.

-2년 6개월간 재임했다. 역대 최장수 문화부 장관이다. 소감은?

“쑥스럽다. 2년 6개월이라고 해도 일해온 시간을 돌이켜보면 길었다는 생각은 안 든다. 벌여 놓은 일을 다 마무리 짓지 못한 게 아쉽지만, 또한 공과가 있겠지만, 뒤돌아 보지 않고 달려왔다는 점, 그리고 최상의 결과를 내진 못했을지언정 최선을 다했다는 점만은 자신 있게 얘기하고 싶다.”

-문화부 장관으로서 ‘이거 하나만큼은 정말 잘했다’라고 꼽을 만한 일이라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확정, 국립현대무용단 창단, 한글박물관 설립 추진 등은 눈에 보이는 성과지만, 난 사실 눈에 보이지 않는 일에 애착이 컸다. 국립예술단체를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실력 있는 단체가 될 수 있게끔 토대를 닦았고, 엄격한 저작권 보호 정책으로 한국을 2년 연속 지적재산권 감시대상국에서 제외시킨 것이나 중·고 축구의 학기 중 토너먼트를 폐지하고 지역별 주말리그제로 학교 체육 정상화를 이끈 일 등이 기억에 오래 남을 거 같다.”

-언급한 성과는 주로 문화 공급 분야다. 일반 시민들 피부에 와 닿는 일은 별로 없었던 거 같은데.

“그런 얘기하면 서운하다. 다음 달 국립발레단이 울릉도에 가서 공연한다. 이벤트가 아니다. 문화예술단체가 전국 문화 소외지역을 찾아 순회공연을 하는 걸 체계화했다. 작은 마을 도서관까지 순회 사서를 파견했고, 전통 시장을 문화로 되살리는 일도 있었다. 문화예술강사는 4500여 명으로, 체육강사는 1300여 명으로 늘어났다. 문화 그물망으로 문화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려 했다.”

- 그럼에도 배우 유인촌에 비해 장관 유인촌은 이미지가 훨씬 나빠진 거 같다.

“‘완장 찬 유인촌’이란 말엔 정말 속이 상했다. 어떡하겠나. 내가 부족한 탓이지.”

-스타 출신 장관이라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 게 아니었을까. 손해 본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부담이 되긴 했다. 하지만 그렇게 뒤에서 쳐다보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내가 흐트러지지 않고 끝까지 열심히 일해 왔을 게다. 과거엔 옆집 아저씨 같은 친숙한 이미지가 컸는데, 정치적인 자리에 오니 논란이 더 커진 게 아닌가 싶고. 하지만 관행처럼 해왔던 일에 메스를 대면 자꾸 정치적으로 몰고 가는 건 답답했다.”

-예를 든다면.

“영화진흥위원회의 예술영화 전용관인 ‘시네마테크’ 운영권과 관련된 문제도 그랬다. 한 업체하고만 7년 넘게 독점적으로 계약을 맺어왔고, 그와 관련된 자료도 없고, 그래서 공정하게 진행하라고 지시하면 ‘정치적 탄압이다’라는 식으로 저항했다. 예술 지원 제도를 바꾸거나 국립극단 법인화 문제도 그렇고. 어떤 정책이든지 바꿀 때엔 기존 혜택을 받아온 사람들은 기득권을 잃게 될까 봐 극렬히 반대했다.”

외부에 비친 유 장관의 이미지는 썩 좋은 편이 아니지만 그에 대한 문화부 내부의 평가는 대체로 호의적이다. 모 국장은 “솔직히 관료들, 현장 나가기 귀찮아한다. 근데 장관이 주말마다 직접 지방까지 돌아다니며 챙기니 어찌 책상 머리에만 앉아 있을 수 있겠는가. 유 장관의 열정·성실함·체력엔 모두들 혀를 내두른다”고 전했다.

-산하기관장 퇴출 사안을 빼놓을 수 없다.

“김정헌 전 한국문화예술위원장과 김윤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을 말하는 거 같은데. 전 정권에서 임명된 산하기관장 십여 명 중 상당수가 임기를 채웠다. 두 분만 자꾸 거론하는 것도 정치적이다. 옛날 얘기 또 꺼내 문제를 낳고 싶진 않지만 정치적 이유가 아니라 업무 부분에 문제가 있어 교체된 것이다. 어떻게 한해 기금 300억원을 까먹고 있으면서도 ‘다 쓰면 또 주겠지’하는 사람을 계속 쓰겠는가.”

- 그래도 두 분에 대한 해임안은 1심에서 패소하지 않았나.

“그건 절차상에 문제가 있었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이고, 최종심이 남아 있으니 지켜봐야 하고…. 근데 왜 나는 유독 반대하는 분들이 그렇게 부각되는지. 최근엔 최종원 의원이 자주 등장하시던데, 삼척탄좌라는 폐광을 내가 테마파크로 만들려고 한다나.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설치미술가 최정화씨와 함께 탄광의 원형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그렇게 폄하하면 곤란하다.”

-퇴임 후 계획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노린다느니, 중앙대 총장이 된다느니 나도 모르는 얘기를 외부에서 듣고 있다. 사실무근이다. 장관 될 때 중앙대에 사표 쓰고 나왔는데 무슨 총장인가. 솔직히 공연장에 가서 자원 봉사하거나 시골 학교에서 예술 강사 하고 싶은데 ‘쇼 하네’란 소리 들을까 봐 그것도 께름칙하고. 배우는 하고 싶지만 당장 현장 돌아갔다간 문화부에서 부담 느낄 테고. 우선은 사람들 눈에 안 띄는 곳에서 푹 쉬고 싶다.”

글=최민우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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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195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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