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과학] 여러 데이터 동시 처리…'양자 기술'이 미래 열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문자나 숫자 정보는 컴퓨터.휴대전화 같은 디지털기기 내부에서 0과 1의 비트(bit)로 표현된다.

모스 통신부호에서 문자나 숫자를 나타내는 '-(쯔)'와 '.(또)', 주역에서 우주와 인간사의 모든 현상을 표현하는 음효(--)와 양효(-)도 0과 1의 비트라고 할 수 있다.

양자컴퓨터의 정보단위는 양자비트 또는 큐비트(qubit)라고 한다. 비트가 음효나 양효처럼 0이나 1로 고정된 값이라고 하면, 양자비트는 태극기 한가운데에 있는 태극처럼 0과 1이 조화롭게 중첩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양자비트 한 개는 0과 1을 '동시에' 나타낼 수 있다.

양자비트처럼 0인지 1인지 분간하기가 어려운 것은 디지털기술에서는 완전히 재앙에 해당하지만, 양자컴퓨터의 위력은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디지털컴퓨터의 비트 두 개는 00, 01, 10, 11 네 가지 중에서 하나만 나타낼 수 있지만, 양자비트 두 개는 네 가지를 '동시에' 나타낼 수 있다.

양자비트 세 개는 8가지, 네 개는 16가지 하는 식으로, 양자비트가 하나 늘어날 때마다 '동시에' 나타낼 수 있는 정보가 2배씩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양자비트 수 백 개만 있으면 현존하는 최고의 컴퓨터를 몽땅 모아놓아도 우주의 나이 150억년보다 긴 시간이 걸릴 계산을 단 몇 분 만에 해치울 수 있을 것이다. 아쉽게도 아직까지는 7 개의 양자비트로 15=3×5라는 소인수분해를 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나노기술에서는 점점 더 작은 것에 비트를 기록하려 하지만, 원자처럼 작은 영역으로 갈수록 양자효과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양자효과는 0과 1을 불분명하게 만들어놓는다. 디지털기술은 이를 피하려고 하지만, 양자컴퓨터는 바로 이런 양자효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것이다.

디지털컴퓨터가 반도체기술인 데 비해 양자컴퓨터는 원자핵공명.이온.광자.초전도체.반도체 등 여러 가지 기술이 경합하고 있어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양자비트를 사용하는 양자정보기술에는 양자컴퓨터 외에 양자암호기술, 양자텔레포테이션, 양자영상 등과 같은 신기한 것들이 우리의 연구를 기다리고 있다.

김재완 교수 고등과학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