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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 기자의 길맛, 맛길 ② 파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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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자유로를 달렸다. 목적지는 파주시에 있는 ‘앵무봉 참숯가마(광탄면 기산리 544-8)’. 황토 냄새 구수한 뜨끈뜨끈한 가마가 9개나 있었다. 7000원이면 꽃탕(숯을 굽고 불을 뺀 지 하루 정도 지난 가마)을 비롯해 온도가 각각 다른 가마들을 오가며 하루 종일 놀 수 있다. 그런데 아침부터 넋 놓고 땀을 흘리니 어느새 배가 고팠다. 이곳에서 운영하는 식당에 가면 가마에서 만든 참숯으로 돼지고기를 구워준단다. 하지만 파주엔 맛집도 많다. 내친김에 파주 맛집 순례에 나섰다.

담백한 멸치 국물 잔치국수에 숯불돼지고기 한입

제일 먼저 간 곳은 ‘뇌조리국수집(031-946-2945)’이다. 국수 애호가들 사이에선 소문난 집이다. 건물은 도로변에 있는데 간판이 없다. 이 집을 알아보는 방법은 밝은 주황색 벽과 유리문에 써 있는 ‘국수집’ 세 글자뿐이다. 테이블은 달랑 7개. 메뉴도 간단하다. 잔치국수, 비빔국수, 갈쌈국수(여름에는 콩국수도 있다). 잔치국수는 따뜻한 멸치 국물에 국수를 말고 유부·김·당근·파만 띄웠는데 국물 맛이 진짜 담백하다. 비빔국수 역시 꾸밈이 없다. 오이·양파 채 썬 것과 김가루·상추가 전부다. 양파는 물에 담가서 매운 맛을 빼뒀는지 맵기는 덜하고 대신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일품이었다. 이 집의 최고 메뉴 ‘갈쌈국수(5500원)’는 잔치·비빔국수 중 하나와 숯불돼지고기가 함께 나오는 세트 메뉴다. 내 입엔 잔치국수의 담백한 맛과 참숯 향이 은은히 나는 고기를 함께 먹는 게 더 맛있었다.

한 집서 싸고 싱싱한 회 뜨고 1등급 한우 굽고

회와 고기구이를 동시에 주문해 먹을 수 있는 독특한 식당 ‘야당리 외식공간’.

‘야당리 외식공간(031-948-0035)’은 규모도 크지만 공간의 컨셉트도 색다른 곳이다. 350평 규모의 1층은 활어·육류 도·소매 직판장이다. 같은 규모의 2층은 식당이다. 1층에서 원하는 횟감이나 고기를 직접 골라 2층에 가서 먹는 시스템이다. 광어·도미·우럭·감성돔 등 횟감으로 인기 좋은 어종을 제주·통영·완도 양식장에서 중개인 없이 직송하기 때문에 가격은 일반 수산시장보다 30% 정도 싸다. 고기도 1등급 한우만 취급한다. 1층 어항 옆에는 어패류 어항과 조개구이 화덕도 있다. 한때 반짝 유행하고 다 없어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이곳을 찾는 조개구이 매니어들이 꽤 있다고 한다. 테이블이 10개가 넘는다. 타닥타닥 불꽃을 일으키면서 입을 쩍쩍 벌리던 조개구이도 맛있었는데 음식도 유행을 타다 보니 요즘은 먹고 싶어도 먹을 수가 없다. 2층 식당에서는 1인당 상차림 비용으로 3000원씩 받는다. 그래도 5인 가족이 와서 어른들은 회, 아이들은 고기를 실컷 먹고 8만~10만원 정도면 충분하다(사진). 참고로 이 집의 물냉면 맛이 꽤 좋다. 최근 냉면 기사 때문에 장안의 소문난 냉면 집들을 섭렵한 뒤라 나름 깐깐하게 평가했는데 진한 육수 맛이 고소하고 개운했다. 이곳의 활어와 고기·뼈 국물은 테이크아웃도 되고, 고기와 뼈 국물은 택배도 된다. 일산과 파주 경계에 있다.

중식당·카페·베이커리서 입 즐겁게, 패션숍서 눈 즐겁게

1996년 프랑스 식당으로 시작한 ‘프로방스(1644-8088)’는 연애 시절 한 번쯤은 가봤을 법한 장소다. 한쪽 공간에서 꽃무늬가 그려진 접시와 머그컵을 팔았던 기억이 난다. 2010년 다시 간 프로방스는 거대한 마을이 돼 있었다. 중식당·카페·베이커리 등 먹을거리도 다양해지고 허브 식물원, 패션 숍 등 다양한 상점도 들어섰다. 10년 전의 한적한 꽃마을을 그리워하는 이도 있겠지만 아이들은 마냥 신나 할 것 같다. 류재은 베이커리의 식빵은 정말 맛있다.

도심을 벗어나 익숙지 않은 길을 가다 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장소를 발견하곤 한다. ‘요크 캐슬(york castle·교하읍 서패리 230-1)’이 그렇다. 루브르박물관처럼 유리벽으로만 지어진 집이 예뻐서 차를 멈췄더니 8월 말 오픈을 앞둔 카페란다. 드라마 연출가였던 김재순씨가 드라마 세트를 만들 듯 직접 꾸민 실내는 한국의 전통미와 서양의 모던한 멋이 잘 조화돼 있다. 밤 풍경이 기대된다. 4개의 벽면이 유리라서 주위가 까맣게 어두워지면 우주정거장에라도 들어선 기분이 들 것 같다. 9월부터는 똑같이 생긴 옆 건물에서 한정식 메뉴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한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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