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를 달렸다. 목적지는 파주시에 있는 ‘앵무봉 참숯가마(광탄면 기산리 544-8)’. 황토 냄새 구수한 뜨끈뜨끈한 가마가 9개나 있었다. 7000원이면 꽃탕(숯을 굽고 불을 뺀 지 하루 정도 지난 가마)을 비롯해 온도가 각각 다른 가마들을 오가며 하루 종일 놀 수 있다. 그런데 아침부터 넋 놓고 땀을 흘리니 어느새 배가 고팠다. 이곳에서 운영하는 식당에 가면 가마에서 만든 참숯으로 돼지고기를 구워준단다. 하지만 파주엔 맛집도 많다. 내친김에 파주 맛집 순례에 나섰다.
담백한 멸치 국물 잔치국수에 숯불돼지고기 한입
제일 먼저 간 곳은 ‘뇌조리국수집(031-946-2945)’이다. 국수 애호가들 사이에선 소문난 집이다. 건물은 도로변에 있는데 간판이 없다. 이 집을 알아보는 방법은 밝은 주황색 벽과 유리문에 써 있는 ‘국수집’ 세 글자뿐이다. 테이블은 달랑 7개. 메뉴도 간단하다. 잔치국수, 비빔국수, 갈쌈국수(여름에는 콩국수도 있다). 잔치국수는 따뜻한 멸치 국물에 국수를 말고 유부·김·당근·파만 띄웠는데 국물 맛이 진짜 담백하다. 비빔국수 역시 꾸밈이 없다. 오이·양파 채 썬 것과 김가루·상추가 전부다. 양파는 물에 담가서 매운 맛을 빼뒀는지 맵기는 덜하고 대신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일품이었다. 이 집의 최고 메뉴 ‘갈쌈국수(5500원)’는 잔치·비빔국수 중 하나와 숯불돼지고기가 함께 나오는 세트 메뉴다. 내 입엔 잔치국수의 담백한 맛과 참숯 향이 은은히 나는 고기를 함께 먹는 게 더 맛있었다.
한 집서 싸고 싱싱한 회 뜨고 1등급 한우 굽고
회와 고기구이를 동시에 주문해 먹을 수 있는 독특한 식당 ‘야당리 외식공간’.
중식당·카페·베이커리서 입 즐겁게, 패션숍서 눈 즐겁게
1996년 프랑스 식당으로 시작한 ‘프로방스(1644-8088)’는 연애 시절 한 번쯤은 가봤을 법한 장소다. 한쪽 공간에서 꽃무늬가 그려진 접시와 머그컵을 팔았던 기억이 난다. 2010년 다시 간 프로방스는 거대한 마을이 돼 있었다. 중식당·카페·베이커리 등 먹을거리도 다양해지고 허브 식물원, 패션 숍 등 다양한 상점도 들어섰다. 10년 전의 한적한 꽃마을을 그리워하는 이도 있겠지만 아이들은 마냥 신나 할 것 같다. 류재은 베이커리의 식빵은 정말 맛있다.
도심을 벗어나 익숙지 않은 길을 가다 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장소를 발견하곤 한다. ‘요크 캐슬(york castle·교하읍 서패리 230-1)’이 그렇다. 루브르박물관처럼 유리벽으로만 지어진 집이 예뻐서 차를 멈췄더니 8월 말 오픈을 앞둔 카페란다. 드라마 연출가였던 김재순씨가 드라마 세트를 만들 듯 직접 꾸민 실내는 한국의 전통미와 서양의 모던한 멋이 잘 조화돼 있다. 밤 풍경이 기대된다. 4개의 벽면이 유리라서 주위가 까맣게 어두워지면 우주정거장에라도 들어선 기분이 들 것 같다. 9월부터는 똑같이 생긴 옆 건물에서 한정식 메뉴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한다.
서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