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 40대 유권자: 李 '안정 부각' 이성 설득 盧 '변화 자극' 감성 호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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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40대의 마음을 잡으려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구애(求愛)경쟁에는 불꽃이 일고 있다. 아이디어도 백출한다. 양당 선거캠프는 40대가 '변화와 안정을 동시에 원한다'는 판단 아래 접근전략을 세우고 있다.

우선 각종 정책공약을 40대의 안정욕구를 겨냥해 다듬고 있다.

이회창 후보는 ▶질 높은 교육▶주택 2백30만호 건축▶중소기업·벤처기업·자영업자 중심의 경제 등을 역설한다. 한나라당은 "40대가 요구하는 변화는 뿌리째 뒤집어 엎자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왜곡되고 잘못된 것을 제자리에 놓자는 것"이라며 자신들의 '나라다운 나라'슬로건이 40대의 이 같은 정서에 호소하는 것임을 설명하고 있다.

노무현 후보 역시 ▶사교육비 감소▶맞벌이 가정을 위한 보육대책 마련▶40대 조기 퇴직자의 퇴직금 중 세(稅)부담 완화 등을 제시한다. 盧후보측 김경재(金景梓)홍보본부장은 "'당신의 아이도 열심히 키우면 노무현처럼 될 수 있다'는 구호가 40대 공략의 컨셉트"라고 말했다. 자녀 교육에 대한 40대의 높은 관심을 파고들겠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양측의 40대 전략에는 미묘한 차이점도 보인다.

李후보는 40대의 안정희구 심리, 盧후보는 40대의 변화욕구를 자극하는 쪽이다. 盧후보의 세일즈 포인트는 '세대 교체'다. 직장에선 일을 가장 많이 하면서도 조직내 인사적체로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하는 40대의 상실감을 폭발시키겠다는 계산이다.

이에 대해 李후보는 '안정 대 불안정'구도의 논리로 40대를 설득하고 있다. 李후보와 한나라당이 盧후보의 '말 바꾸기'와 '급진성향 발언록'을 연일 들춰내면서 공격하는 배경이다. 盧후보의 불안정함을 부각시켜 자신의 안정감을 장점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차이점은 40대를 주 타깃으로 한 양당의 TV 광고에서도 드러난다. 한나라당은 다분히 이성적으로, 민주당은 감성적으로 다가선다.

지난 27일 첫 광고방송에서 민주당은 노무현의 '눈물'을 담았다. 과거 학생운동 시절의 향수를 담아내는 내용이다. 같은 날 한나라당의 광고에선 '난폭한 운전사에게 맡기지 말고 안전한 운전사에게 맡기자'는 내용을 담았다.

최상연·서승욱 기자

chois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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